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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쇼크로 환골탈태 디자인만 7번 바꿔

애플 쇼크로 환골탈태 디자인만 7번 바꿔

Posted July. 01, 2010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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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새로운 스마트폰 아이폰4가 발표된 지난달 8일. 삼성전자는 공식적인 예고도 없이 갤럭시S라는 맞수를 들고 나왔다. 삼성전자 휴대전화 20년 역사를 총집결했다고 선언할 정도로 자존심을 내걸었다.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일부러 아이폰 발표일에 맞춰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이 많다. 그만큼 지난해 11월 국내 시장에 아이폰이 들어오면서 촉발된 애플 쇼크를 의식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는 얘기다. 애플 쇼크 이후 삼성전자 안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제품 제작 패러다임의 변화

지난달 28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디지털시티에서 갤럭시S 개발의 주역을 만나 개발 뒷얘기를 들어봤다. 무선사업부의 김학상 플랫폼 개발팀 상무와 안원익 소프트웨어 플랫폼 1그룹 수석이다. 각각 갤럭시S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부문 실무 총책임자다.

갤럭시S 개발 태스크포스(TF)팀은 아이폰 국내 상륙 직전인 지난해 10월경 꾸려졌다. 이들은 갤럭시란 이름으로 일단 하드웨어만 설계해 봤다. 운영체제(OS)에 대해서는 어느 방향으로 갈지 고민이 많았다. 김 상무는 여러 OS를 하드웨어에 적용해봤는데 소비자와 통신 사업자가 원하는 건 과연 구글의 안드로이드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말했다.

TF팀은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의 과거 휴대전화 개발팀과는 확실히 달랐다. 대표적인 변화는 제품 개발 과정에서 거의 변하지 않았던 가이드라인이 유연해진 점이다. 안 수석은 과거에는 제품 개발 가이드라인이 명확하고 바뀌지 않아 이에 따르기만 했다면 이번에는 계속 변했다며 개발 초기부터 한국은 물론 미국, 유럽 등의 파워 유저에게 보내 피드백을 받아 제품을 계속 개선했다고 말했다. 제품의 터치 느낌, 소모 전력량 등은 모두 소비자 반응에 따라 개선한 부분이다.

현재 갤럭시S의 디자인은 초기 모델에서 7번이나 바뀐 모습이다. 만드는 과정에서 상품기획과 영업 담당 부서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제품 발표 시점은 어느 정도 정해진 가운데 개발 방향이 계속 바뀌다 보니 개발자로선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안 수석은 해외 파워 유저들로부터 1000건에 이르는 피드백이 한꺼번에 들어올 때도 있었다며 이 가운데 수용할 수 있는 것들을 고르고 관련 팀과 수정 여부를 논의해야 해서 부담이 가중됐다고 털어놨다.

의사결정 방식 대변혁

유연한 제품 기획을 빠른 생산과 병행하는 건 사실 모순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의사결정과 보고 과정을 단순화했다.

김 상무는 예전에는 실무자가 임원에게 잘 정리된 보고서를 제출하면 되는 수준이었지만 이제는 정제가 덜 된 자료를 놓고 실무자들과 함께 모여 논의한다고 전했다.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드는 시간을 줄이고 그 대신 제품 개발에 아이디어를 하나라도 더 보태자는 각오였다.



조은아 신치영 achim@donga.com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