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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문수 지사와 이재명 시장

Posted June. 11, 2010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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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경기지사는 지방선거 예비후보로 등록한 다음날부터 선거 이틀 전까지 24일 동안 외박을 했다. 농촌 마을회관, 아동 및 노인복지시설, 공장근로자 기숙사를 찾아 지지를 호소한 뒤 그곳에서 눈을 붙였다. 1기 도지사 시절에는 1년 동안 주말마다 직접 택시운전을 하면서 도민들을 만났다. 현장체험과 자기관리는 그가 1996년 이후 세 번의 국회의원 선거와 두 번의 도지사 선거에서 5전 5승을 거두는 자산이 됐다.

김 지사는 국가정체성 등 대한민국의 핵심가치를 둘러싼 공방에서는 물러서지 않았다. 북한의 독재와 인권 유린에는 입도 벙긋하지 못하는 일부 집단을 친북() 반정부 세력이라고 규정했다. 일부 참모가 TV 토론을 앞두고 천안함 문제를 제기하면 손해 볼 수도 있으니 적당하게 넘어가자고 건의하자 설령 선거에서 지더라도 이 문제는 말해야겠다며 거부했다. 4대강 사업 반대자들을 향해서는 물하고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들이 강에 가서 데모한다고 꼬집었다. 명문학교 없애라면서 자기 자식들은 외국어고 보내고 유학 보내는 위선자들에 대한 날선 비판도 했다.

민주당 출신인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 당선자는 호화 청사 논란을 빚은 시청 신청사를 민간에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3222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된 신청사를 약 7000억 원에 팔아 2000억 원으로 시 외곽에 새 청사를 세우고 나머지는 의료와 교육, 복지에 쓰겠다는 구상이다. 공공건물을 민간에 매각하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나랏돈을 추가로 축내지 않고 재원을 마련해 복지예산을 늘린다면 평가받을 일이다. 굳이 포퓰리즘으로 몰아붙일 일도 아니지만, 설사 그렇더라도 악성 포퓰리즘이 아니라 양성 포풀리즘이다.

김 지사와 이 당선자는 여야 정치권에도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져준다. 한나라당은 국가정체성과 경제발전에 대한 신념 위에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따뜻한 우파 정당으로 변신해야 한다. 민주당은 국가재정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복지를 늘리는 정책으로 차별화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 웰빙 정당과 보신()주의를 탈피한 우파와, 불건강한 포퓰리즘과 손끊은 좌파 간의 경쟁이라면 나라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권 순 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