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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만의 글로벌 뱅킹으로 성장 추구

Posted March. 19, 2010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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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은 마라톤 경영인이다. 올해로 은행장 경력만 10년째다. 그는 지난주 열린 한국씨티은행 이사회에서 차기 행장 후보로 단독 추천됐다. 30일 주주총회에서 확정되면 은행장으로서 3년을 더 일한다. 옛 한미은행장을 합쳐 4번째 연임은 은행권 최초다.

17일 서울 중구 다동 한국씨티은행 은행장실에서 하 행장을 만났다. 연임 경쟁력의 비결부터 물었다. 그는 대주주의 뜻이라며 말을 아꼈다. 한국씨티은행은 미국의 씨티그룹이 지분 99.96%를 보유하고 있다. 같은 질문을 이리저리 돌려 세 번째 물었더니 입을 열었다.

2004년 11월 한미와 씨티가 하나가 됐습니다. 문화가 굉장히 이질적인 은행 2개가 합쳐진 것입니다. 국내 은행 간 통합과는 차원이 달랐죠. 임직원들의 문화적 충격이 상당했습니다. 그동안에는 내부적으로 강해지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직원들도 묵묵히 경영진을 믿고 따라왔지요. 이젠 성장 전략을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해졌습니다. 이질적인 두 은행 문화의 통합 작업을 잘해왔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씨티그룹은 대주주가 미국 정부로 바뀌는 등 부침이 있었지만 한국씨티은행은 나름대로 잘 극복했다는 게 은행권 안팎의 평가다. 실제로 지난해 말 국내 은행권 자산에서 씨티은행의 점유율은 4% 남짓이지만 은행권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이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그간 내실 경영에 초점을 뒀던 씨티은행의 영업 전략도 최근에는 수익성 있는 성장으로 바뀌었다.

성장을 하더라도 다른 은행의 영업 행태를 따라 하면 쏠림 현상만 키울 뿐입니다. 쏠림 현상은 금융위기의 원인이기도 했죠. 남들이 흉내 낼 수 없는 영업 모델을 만들 겁니다.

한국씨티은행은 올해부터 세계 100여 개국에 진출해 있는 씨티그룹의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글로벌 뱅킹서비스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해외 네트워크는 씨티은행을 국내 다른 은행과 결정적으로 차별화할 수 있는 무기다.

메가 트렌드에 관심이 많습니다. 점점 두드러지는 특징 중 하나가 다양성입니다. 국내 거주 외국인이 130만 명에 이르고 어느 지역에서는 결혼하는 10쌍의 부부 중 1쌍이 다문화 커플이라고 합니다. 이질적 문화가 잘 융합돼 있는 씨티은행이 이런 트렌드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봅니다. 조만간 관련 상품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한국씨티은행의 올해 최대 현안은 금융지주회사 전환 작업이다. 가칭 한국씨티금융지주 아래 한국씨티은행 씨티그룹캐피탈 씨티금융판매서비스 등 3개 자회사를 두고 씨티크레딧서비스신용정보를 손자회사로 두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미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예비 인가를 받았다. 통합 씨티은행 출범 6년 만에 또 한 번의 변신을 하는 셈이다.

다음 달 본인가를 받으면 5월에는 지주회사로 출범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주회사로 바뀌면 자회사끼리 고객의 데이터베이스를 공유할 수 있어 다양한 마케팅이 가능해지고, 은행 내부로서도 비용 절감 효과가 큽니다.

마라톤은 그의 또 다른 관심사다. 마라톤 시즌을 맞아 달릴수록 금리가 올라가는 원더풀 마라톤 통장을 18일 내놓은 데 이어 21일 2010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81회 동아마라톤대회에 한국씨티은행의 임직원 20명이 출전하고 자원봉사자도 20명이 참여한다.

은행 사옥이 청계천 변에 있다 보니 매년 동아마라톤대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봅니다. 이번에는 불가피한 사정 때문에 뛰지 못하는데 내년에는 저도 출발선에 서보려고 합니다.



차지완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