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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속의 한국산 게임 대박 예감

Posted December. 11, 2009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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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정보기술(IT) 강국이지만 유독 소프트웨어 분야에선 힘을 못 쓴다. 불법복제 소프트웨어 사용률이 43%에 이르는 등 열악한 현실 탓이다. 그래서 한국은 거대한 공장의 나라였다. 휴대전화는 잘 만들지만 그 안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는 외국산이었고, TV는 잘 만들지만 그 TV로 미국 드라마를 봤다.

하지만 애플의 휴대전화 아이폰이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까지 바꿔놓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대박의 꿈을 꿀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한국 휴대전화 게임업체 게임빌이 만든 아이폰용 게임 제노니아는 애플의 아이튠스 스토어에서 2009년 최고의 게임에 뽑혔다. 순위 없이 30개가 선정됐는데 한국 제품으로는 유일하게 포함됐다. 이 게임은 가장 많이 팔린 게임 30선에도 올랐다.

아이폰이란 기회

게임빌은 지난해 매출이 약 150억 원에 불과한 작은 회사다. 하지만 이들의 성공이 갖는 의미는 크다. 애플의 아이튠스 스토어에서는 음악, 영화 등과 함께 애플의 스마트폰인 아이폰용 소프트웨어가 하루에 100만 달러(약 11억6000만 원)어치 이상 팔린다.

게임빌의 제노니아는 이곳에서 5월부터 10월까지 5개월 동안 롤플레잉게임(RPG) 분야 1위를 지켰다. 그 결과 해외 게임 수출액이 20062008년 연평균 약 5억 원에서 올해는 9월까지 14억7300만 원으로 급증했다. 사실상 제노니아라는 게임 하나로 10억 원가량을 번 셈이다.

최근에는 또 다른 국내 게임업체인 컴투스도 이노시아 연대기란 게임으로 아이튠스 스토어에서 1위에 오르는 등 한국 기업이 잇따라 상위에 오르고 있다.

이런 마법 같은 일이 가능했던 건 아이폰과 앱스토어라는 사업모델 덕분이었다. 애플은 소프트웨어가 판매되면 사이트 관리비 등의 원가를 제한 매출 총이익을 개발업체와 나눠 갖는다. 애플이 30%를 갖고 개발업체가 70%를 가져가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수억 원을 벌어들인 사례도 적지 않다. 그래서 미국에선 아예 이 시장만을 바라보고 창업을 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도 생겨났다.

한국의 소프트웨어 붐도 예상돼

이런 성공 사례는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의 아이폰용 소프트웨어 개발 열기로 이어졌다. 국내 업체들이 올해 개발한 아이폰용 소프트웨어만 이미 수백 종류에 이른다.

KT에 따르면 아이폰은 지난달 28일 국내 판매를 시작한 뒤 9일까지 약 10만 대가 팔렸다. KT도 예상하지 못한 빠른 속도라 시장 규모도 급격히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가장 많이 팔린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연아의 햅틱이 하루 약 1만7000대 팔리는 데 그친 걸 감안하면 일반 휴대전화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수치다.

또 아이폰이 인기를 끌자 삼성전자와 SK텔레콤, KT 등 국내 IT 기업도 비슷한 소프트웨어 시장을 만들고 있어 소프트웨어 업체엔 더 많은 기회가 생긴 셈이다. 소비자 또한 훨씬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게임빌 해외제작본부 심충보 이사는 한국 소프트웨어는 제품 경쟁력이 뒤진다기보다 시장 규모가 작아 어려움을 겪었다며 앞으로 아이튠스와 새로 생겨나는 여러 소프트웨어 시장을 통해 세계를 상대로 우수한 게임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