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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가 듣기 누를까

Posted December. 15, 2007 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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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의 얼굴을 보면서 통화할 수 있는 3세대(3G) 이동통신 서비스의 국내 가입자가 500만 명을 돌파했다.

KTF는 이달 13일 현재 3G 이동통신 누적 가입자가 290만 명, SK텔레콤은 220만 명이라고 14일 밝혔다.

두 회사의 3G 이동통신 가입자 수를 합치면 모두 510만 명에 이른다. 올해 3월 33만여 명에 불과하던 가입자 수가 빠르게 증가해 9개월 만에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 8명당 1명꼴로 늘어난 셈이다.

화상전화라는 핵심 기능을 갖춘 3G 서비스의 가입자가 급증함에 따라 기존의 듣는 전화에서 진화된 보는 전화 시대가 열릴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보는 전화 시대 무엇이 바뀌나

직장인 최모(36) 씨는 퇴근 후 귀가가 늦어지면 시간이 날 때마다 집에 있는 딸과 화상전화를 한다.

최 씨는 아이들이 지금까지는 아빠 얼굴을 보고 싶다며 빨리 들어오라고 보챘지만 화상전화를 사용한 뒤 얼굴을 보며 통화하니까 성화가 덜해졌다고 말했다.

화상전화를 사업에 이용하는 사례도 늘어났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S성형외과는 간단한 경과 관찰이 필요한 환자들에게는 화상전화를 이용한 진료를 하고 있다.

SK텔레콤과 KTF에 따르면 이처럼 화상전화를 직접 사용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가입자는 500만 명 가운데 30%가량인 150만 명에 이른다.

올해 이동통신 광고도 대부분 화상전화를 알리는 내용이었다.

화상전화는 통화료가 일반 통화에 비해 비싸기 때문에 SK텔레콤과 KTF는 통화료 수익이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두 회사의 가입자 중 3G 가입자의 월 이용요금은 전체 가입자의 평균보다 1530%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보는 전화 일상화의 장애들

SK텔레콤은 3G 마케팅 전략을 세우면서 화상통화를 하려면 오전 1시에도 전화할 수 있을 정도의 사이가 돼야 할 것으로 봤다.

이 회사 관계자는 그만큼 가까운 사이가 아니면 상대방에게 화상전화를 걸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화상전화를 수년 전부터 서비스해 온 일본의 NTT도코모도 고객끼리 서로 얼굴 보는 것을 꺼려 아바타(가상의 자기 분신)를 보며 통화하는 서비스까지 내놓았지만 결국 실패했을 정도다.

실제로 최근 한 달간 SK텔레콤의 총통화량 90억 건 가운데 화상전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4만5만 건으로 미미한 수준이었다.

사람이 많은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통화하기가 어렵다는 불만도 걸림돌이다.

몇몇 인문학자는 사람들이 상대방의 얼굴을 보면서 통화하는 일에 익숙지 않을 뿐 아니라 이를 꺼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철학자인 김용석 영산대 교수는 사람들은 자신의 모습을 휴대전화 화면에서 볼 때 이른바 노출의 고통을 느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나은영 서강대 교수는 화상전화의 수요는 한동안 서로 만나지 못하는 관계 등에 한정될 것이라며 이동하면서 화상전화를 사용할 때 느끼는 보행의 불안감도 해결과제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SK텔레콤 마케팅전략실장인 지동섭 상무는 3G 서비스 중 해외 로밍, 무선인터넷의 이용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화상전화는 3G의 상징적인 서비스가 되고, 해외 로밍 등의 서비스가 주요 수익원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김용석 부형권 nex@donga.com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