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오피니언] 살아있는 영웅

Posted November. 10, 2007 07:51   

식민지와 전쟁, 성장과 독재의 시대를 살아오며 독립운동과 친일, 좌와 우, 독재와 민주화 운동이 격렬하게 대립했던 나라에서 모두 공감하는 위인전을 쓰기란 힘들다. 생존 인물이라면 더 아슬아슬하다. 그러나 포스코 박태준 명예회장(80)은 예외다. 학자와 문인들이 앞 다투어 평전을 내고 있다. 1997년 재미 한국 경영학자가 미국에서 처음 펴낸 데 이어 2004년엔 소설가 이대환 씨가 세계 최고의 철강인을 썼다. 최근엔 태백산맥의 작가 조정래 씨가 위인전으로 펴냈다.

8일 박 회장의 팔순 잔치에서 조 씨는 현존인물임에도 박 회장을 안중근, 한용운, 김구 신채호와 같은 반열에 올려 5인의 위인전을 쓰게 됐다. 박 회장이 과거 삶에도 오류가 없었지만 앞으로 바람만 피우시지 않으면 없을 것(웃음)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태백산맥 작가 조 씨는 진보 계열의 작가로 분류된다. 박 회장은 보수 진보로부터 동시에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셈이다. 그제 팔순 행사에는 대선 출사표를 던진 여야 후보들이 함께 참석해 위대한 기업가 정신을 칭송했다.

포스코의 시작은 초라했지만 끝은 창대했다. 1968년 4월 박정희 대통령의 뜻에 따라 39명으로 출범해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했다. 박 회장은 중국 덩 샤오핑이 가장 수입하고 싶은 해외 인물이라 탐을 냈을 정도다. 식민지 시대에 태어나 전쟁과 빈곤을 겪은 박 회장은 군인 기업인 정치인이라는 세 직업을 거쳤지만 정치는 그에게 오욕만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그것이 철강인 박태준의 신화에 흠집을 낼 수는 없다.

60년대 경제개발을 시작한 이래 박씨 같은 기업인들이 묵묵히 땀을 흘린 덕에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섰다. 대선에 출마한 한 인사는 경제만 살리면 된다고 하지만 국가의 기반이 흔들리면 경제인들 제대로 될 리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제가 허약한 나라는 국가 안보를 뒷받침하기도 어렵다. 살아있는 영웅의 삶을 보면서 현란한 말잔치 대신에 진정한 지도자의 길을 새겼으면 좋겠다.

허 문 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