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가 13일자 신문(석간)에서 문화계 유력인사의 집에서 신정아 씨의 누드 사진이 여러 장 발견됐다며 관련 기사와 두 장의 사진을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미술계가 충격에 휩싸이는 한편 인터넷에서는 지나친 사생활 침해라는 파문이 일고 있다. 문화일보는 이날 1면에서 신정아 누드사진 발견이라는 제목으로 문화일보에 입수된 사진들에는 신 씨가 맨몸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며 신 씨는 책들이 꽂혀 있는 방의 욕실 앞에서 다소 쑥스러운 표정, 또는 무표정한 모습으로 정면과 측면, 뒷모습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3면에 신 씨의 앞모습과 뒷모습을 담은 두 장의 사진을 중요 부위를 가린 뒤 게재했다.
문화일보는 사진전문가들이 누군가 서로 다른 이미지를 끼워 맞춘 합성 사진이 아니다. 너무도 사적인 분위기에서 일반 카메라를 사용해 자연스럽게 촬영한 구도와 신 씨의 표정이 작품용 누드 사진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문화일보는 또 3면 해설 기사에서 성로비도 처벌 가능한가를 짚고 있어 신 씨의 누드 사진이 문화계 원로나 고위층 성로비에 이용됐을 의혹도 함께 제기했다.
누가 찍었나?=사진을 찍거나 소장한 사람이 누구냐를 둘러싸고 신 씨가 기획한 전시에 참여하거나 평소 친밀한 것으로 알려진 원로 작가의 이름들이 거명됐다. 증권가 정보지에서는 문화일보 보도 직후 한 원로 작가의 이름이 나돌기도 했으나 당사자들은 모두 어이없어 했다.
한 원로 작가의 측근은 신 씨를 만난 적도 없고, 성곡미술관에서 여는 그룹전에도 참가한 적 없다. 최근 건강도 안 좋아 활동도 활발하게 안 한다며 사진을 유출한 사람이 신분을 감추기 위해 소문을 퍼뜨리는 모양인데, 알면 이야기 좀 해 달라고 말했다.
다른 작가는 신 씨와 친했고 전시를 많이 한 것은 맞지만 누드 사진을 찍은 적 없다. 과거에 얼굴 사진 몇 번 찍어 준 적이 있지만 누드와는 거리가 멀다. 누드 사진은 내 전문도 아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작가도 아무리 친하다고 해도 이 나이에 무슨 그런 짓을 하겠느냐며 도대체 이런 사진을 공개한 저의가 모르겠다고 말했다.
미술기획자는 이에 대해 원로 작가들이 굳이 이런 누드 사진을 소장할 이유가 없다며 오히려 원로 작가를 통해 만난 젊은 작가가 찍은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미술계 충격=미술계는 신 씨와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의 부적절한 관계에 이어 신 씨의 누드 사진까지 공개되자 극도의 혼돈 상태에 빠지고 있다.
한 큐레이터는 신 씨가 미술계 원로들을 평소 예의바르게 대접했다고 하지만 설마 이런 정도였겠느냐며 신 씨의 사진이 사실이라면 그로 말미암아 미술계가 소파 승진의 온상 같다는 이미지를 줄 것 같아 자조감이 든다고 말했다.
미술계에 입문한 지 석 달이 채 안된 젊은 큐레이터는 미국 같은 곳에서는 스캔들이 났을 때 이 사람이 얼마나 일을 잘했느냐 못했느냐에 따라 평가하는 것을 봤는데, 이번 일도 그처럼 할 수 없느냐며 신 씨의 사적인 문제에만 집착할 게 아니라 전시를 어떻게 하고 얼마나 잘해야 하느냐로 문제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사생활 침해 논란=인터넷에서는 여성의 사적인 누드 사진이 본인의 동의 없이 게재할 수 있느냐는 파문이 일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등 여성단체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신 씨의 누드 사진을 실은 것은 인권 의식의 실종을 보여줄 뿐 아니라 여성에 대한 심각한 인권 침해라면서 해당 기사를 즉각 삭제하고 공식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한 문화계 인사는 아무리 신 씨가 잘못을 저지르고 비리 의혹을 받고 있다고 하더라도 사생활인 개인의 누드 사진을 버젓이 신문에 싣는다는 것은 선정적인 보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개탄했다.
사진 조작 가능성도?=사진이 신 씨의 예전 모습과 달라 조작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도 나오고 있다. 한 작가는 체형이나 팔, 발 등의 모양으로 보아 신 씨가 100% 정확하다는 느낌을 가질 수 없다며 사진을 찍은 곳도 그리 고급스럽지 않은 분위기여서 신 씨의 평소 행동과 어울리지 않은 듯하다고 말했다.
허엽 heo@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