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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불량자가 세운 매출 0원 업체 수천억 사업 시행 배후 없인 불

신용불량자가 세운 매출 0원 업체 수천억 사업 시행 배후 없인 불

Posted September. 01, 2007 08:05   

부산의 건설업자 김모(41) 씨가 부산 연제구 연산동의 대규모 재개발 사업을 성사시키기 위해 정윤재 전 대통령의전비서관을 통해 국세청에 전방위 로비를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이 사업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영세한 건설사가 어떻게 수천억 원대에 이르는 사업을 끌고 갈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의혹은 물론 대형 건설사의 시공 참여, 은행권 대출 과정 등에서 석연치 않은 대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I기업과 연산동 재개발 사업

연산동 재개발 사업의 시행을 맡고 있는 I기업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자본금은 3억 원이며 지분은 조모 씨 등 4명이 갖고 있으며 김 씨는 대표이사로만 등재돼 있다.

I개발의 지난해 매출 실적은 전혀 없었으며 이자 비용 등으로 인해 당기순손실만 80억 원에 이른다.

이 회사는 김 씨가 연산동 재개발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한 2005년 4월 6일 세운 회사로 사실상 페이퍼컴퍼니에 불과하다.

아파트 시행사의 특성상 자본금 규모가 작을 수는 있지만 이 정도 큰 사업이라면 해당 업체나 모()회사, 혹은 사업주의 자금력이 웬만큼 뒷받침되지 않으면 쉽게 착수하지 못한다는 게 건설업계의 설명이다.

연산동 재개발 사업은 노후 주택지 8만7054m를 사들여 아파트 1440채를 짓는 것으로 한 채당 평균 2억5000만 원에 분양한다고 해도 총사업비가 3600억 원에 이른다. 부산에서는 이 일대가 온천천을 끼고 있는 데다 교육 환경도 좋아 사업이 성공하면 시행사가 일시에 수백억 원을 손에 쥘 수 있는 곳으로 지목돼 왔다.

하지만 사업성이 좋다고 해도 공사 실적이 전혀 없는 데다 자금력도 신통찮았던 것으로 알려진 I기업이 대형 시공사인 P사를 끌어들여 사업을 진행한 배경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P사 측은 I기업이 시공을 의뢰했을 때는 이미 기존 주택 가운데 70%가량을 매입하기로 집주인들과 약정을 맺은 상태여서 사업이 순조로울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대출 과정 둘러싼 의혹

P사는 지난해 6월 I기업과 사업약정을 맺으면서 토지 매입과 건축비 등을 위한 대출금에 대해 책임준공을 담보로 한 연대보증을 섰다.

P사는 총 2650억 원에 대한 보증을 섰다고 밝히고 있지만 I기업의 감사보고서에는 1950억 원만 기록돼 있다. 따라서 700억 원은 장부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P사도 그 이유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고 밝히고 있다.

P사 관계자는 I기업이 회계처리를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분명히 2650억 원에 대한 보증을 섰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서는 대출금리가 낮다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I기업의 감사보고서에는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에서 빌린 1950억 원의 금리가 연 5.55%와 5.33%라고 기록돼 있다.

금융회사들이 주택 건설 사업에 대출을 해줄 때는 연대보증을 선 시공사의 신용도는 물론 해당 사업의 전망과 시행사의 자금력까지 종합적으로 감안한다. 당시 부산 지역 아파트 사업장이 6% 안팎의 금리로 대출을 받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낮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측은 시공사인 P사의 신용도가 워낙 좋은 만큼 그 정도 금리는 당시로선 타당한 수준이라며 은행이 금리를 제시한 게 아니라 P사가 경쟁 입찰을 해 금리를 결정했기 때문에 특혜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고기정 윤희각 koh@donga.com to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