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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 고치듯 제 노래도 다듬었죠

Posted November. 29, 2006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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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휙 불더니 그가 나타났다. 첫인사에 호방한 웃음까지 덤으로 날려주는 그. 정녕 애절한 발라드 화장을 고치고를 부른 여가수 왁스(30사진) 맞는가? 27일 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녀는 늦가을 바람처럼 시원스러웠다.

저 원래 단순하고 시원시원해요. 그간 TV 오락프로그램에 안 나가고 슬픈 노래만 불러서 그런지 청승맞을 것 같죠? 아휴 지금도 6집 다 완성했는데 성격이 급해서 빨리 활동하고 싶은 마음뿐이에요.

마음이 급한 것은 지난해 2월 발표한 5집 때문일까. 2000년 데뷔 앨범 발표 이후 화장을 고치고(2001년), 부탁해요(2002년), 관계(2003년)까지 연타석 히트를 기록했지만 5집에 대한 반응은 기대에 못 미쳤다.

화장을 고치고 같은 곡은 앞으로 나오기 힘들 것 같아요. 노래도 좋았고 음반 시장도 지금보단 좋았으니. 앞으로 어떤 발라드를 불러도 그 곡과 비교당할걸요? 개인적으로 5집에 아쉬움은 없지만 상황을 타개하지 못한 건 어쩔 수 없었어요.

절치부심으로 6집을 만들었단다. 2년 9개월이란 공백을 두고 그는 사람들이 음악에 점점 관심을 두지 않아 속상하지만 그럴수록 앨범 완성도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웃는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매너리즘 타파부터 시도했다. 발라드 타이틀곡-댄스 후속곡 구조를 띠던 전작들이 딱딱 끊어지는 느낌이었다면 이번 앨범은 한 권의 책을 읽듯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타이틀곡 사랑이 다 그런 거니까나 두툼한 지갑 사람을 찾습니다 등은 전형적인 왁스풍 발라드. 레게풍의 애주가나 포크 록 목포시 청담동 등 튀는 곡도 앨범 전체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다.

록 음악을 좋아하지만 발라드가 내 최고 히트곡이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대중가수인 제가 하고 싶은 것만 할 수 없잖아요. 이런 고민을 하다 보니 어느새 8년이 흘렀네요.

8년 전 경아의 하루를 불렀던 모던 록 밴드 도그의 여성 보컬 조혜리는 어느덧 본명보다 왁스라는 이름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걱정이다. 가수는 자신의 노래 제목대로 산다고 하던데 그는 오늘도 사랑이 다 그런 거니까라며 비련의 여주인공이 되려 한다. 혼삿길 막힐까 봐 겁나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그, 광풍을 뿜으며 말했다.

진짜 그래요. 인간 조혜리 하면 경아의 하루 같은 발랄한 애였는데 갈수록 화장을 고치고 같은 애로 변해 가요. 그래도 내년 운수에 저 시집간다고 그러던데요. 그땐 축가로 꼭 오빠 부를 거예요.



김범석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