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고교야구 최고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황금사자기에서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질 뻔했다.
1970년 제24회 대회에서 성남고 노길상이 달성한 이후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노히트노런이 경기 막판에 아쉽게 깨졌다.
5일 동대문구장에서 열린 공주고와 서울고의 제60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동아일보사 대한야구협회 공동주최) 8강전.
7회말이 끝나자 여기저기서 웅성거림이 들렸다. 공주고 선발 투수 이웅한이 서울고 타선을 상대로 단 하나의 안타도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운명의 8회. 이웅한은 첫 타자 김준희를 3루 땅볼로 처리했다.
이제 남은 아웃 카운트는 5개. 그러나 8번 타자 김휘련을 맞아서 너무 방심했던 탓일까. 볼카운트 원 스트라이트에서 던진 2구째 직구가 가운데 높은 쪽으로 몰렸고 김휘련은 이를 놓치지 않고 우중간에 떨어지는 안타로 연결시켰다. 36년을 기다렸던 노히트노런이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이웅한은 잠시 아쉬운 표정을 지었으나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곧바로 페이스를 회복한 그는 9회까지 다시 안타를 하나도 허용하지 않았다.
9이닝 1안타 1볼넷 7탈삼진 완봉승. 투구 수는 131개였고, 직구 최고 구속은 143km까지 나왔다. 무엇보다 오른쪽 타자의 바깥쪽으로 날카롭게 떨어지는 슬라이더가 일품이었다.
이웅한은 마운드에서뿐 아니라 타선에서도 해결사의 몫을 해냈다. 0-0의 행진이 이어지던 5회말. 무사 1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이웅한은 서울고의 두 번째 투수 이형종에게서 오른쪽 펜스까지 굴러가는 2루타를 쳐 내 결승타를 기록했다. 고교 1학년 때까지 유격수로 뛰었던 이웅한이 타자로서의 재능을 발휘한 것.
1-0 짜릿한 한 점 차 승리를 거둔 공주고는 4강에 진출했다.
공주고는 이날을 포함해 이번 대회 두 경기에서 모두 투수의 완봉승으로 1-0 승리를 거두는 진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이웅한과 함께 원투펀치를 구성하는 김태식은 3일 군산상고와의 2회전에서 9이닝 3안타 무실점 완봉승으로 1-0 승리를 이끌었다.
이헌재 이승건 uni@donga.com why@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