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김덕룡() 박성범() 의원의 공천 관련 금품 수수사건에서 실제 돈을 주고받은 핵심 조연 4명은 모두 여성이다. 대형 사건의 뒤에는 어김없이 여자가 등장한다는 속설이 이번에도 확인된 셈이다. 김 의원의 부인에게 수차례에 걸쳐 4억4000만 원을 건넨 이는 서울 서초구청장 공천을 희망한 한모 씨의 부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씨 측은 김 의원의 아들 결혼 축의금조로 5억 원을 갖다 줬으나 받지 않자 공략 루트를 바꿨다. 남자끼리의 거래가 성사되지 않자 부인끼리의 거래를 시도한 셈이다.
박 의원의 경우도 비슷하다.
성낙합(•사망) 전 서울 중구청장 측은 인척인 환전상 장모(여) 씨를 통해 박 의원 부부에게 접근했다. 장 씨는 1월 박 의원 부부와 식사를 하고 헤어지면서 21만 달러(약 2억 원)가 든 케이크 상자를 박 의원 부인에게 떠안겼다. 부인의 환심을 사기 위해 모피코트와 명품핸드백 등을 보내기도 했다.
정치권 로비에 부인이나 여자가 등장한 사례는 이전에도 많았다.
1996년 김영삼() 정부 시절 당시 4선 의원이던 이성호()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부인이 대한안경사협회로부터 안경테 독점 부탁과 함께 1억7000만 원을 받아 구속되기도 했다.
임창열() 전 경기지사의 부인 주혜란 씨는 경기도가 결정권을 가진 건축허가 사전승인을 도와주는 대가로 경기 성남시 분당 파크뷰 시행사 대표에게서 현금 1억 원을 받고 4200만 원 상당의 가구와 인테리어를 제공받은 사실이 드러나 곤욕을 치렀다.
김대중() 정부 시절이던 1999년 검찰총장의 부인 등이 연루돼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옷 로비 사건도 결국 고위층의 안방정치 단면을 보여준 것이었다.
가깝게는 안상수() 인천시장의 굴비 사건에도 여자가 등장한다. 2억 원이 든 굴비상자가 안 시장의 집이 아닌 안 시장 여동생의 집으로 보내졌고, 이로 인해 안 시장은 위기를 맞기도 했다. 안 시장은 돈이 든 사실을 알고 즉각 시청 클린신고센터에 신고한 사실이 밝혀져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처럼 정치인의 부인 등 여성이 검은 로비의 루트로 활용되는 이유는 무엇보다 접근이 쉽고 효과도 좋기 때문이다. 정치인 부인은 단순한 내조 차원을 넘어 사실상 정치적 동반자나 동업자 역할을 하고 있다. 남편에 대한 입김도 막강하다.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남자지만 남자를 움직이는 것은 여자라는 말이 정치권에선 진리로 통한다.
자칫 검은 거래가 적발되어도 남편에게 화가 미치지 않도록 하려는 심모원려()가 깔려 있기도 하다. 한 검찰 관계자는 부인이 돈을 받고 남편은 몰랐다고 하면 사건을 다루기가 참 어렵다고 했다.
정용관 조수진 yongari@donga.com jin0619@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