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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야생

Posted February. 13, 2006 06:30   

콘크리트 건물과 아스팔트 길로 둘러싸인 서울. 각종 개발과 늘어나는 자동차로 서울은 매연과 소음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서울 곳곳에는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야생림과 동물이 살아 숨쉬고 있다. 생태전문가인 동국대 오충현(산림자원학) 교수와 함께 5차례에 걸쳐 이들 지역을 둘러본다.

서울 도심인 종로구 창덕궁과 종묘. 도시에서 보기 드문 갈참나무 등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이들 야생림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생태계가 잘 보전돼 있다. 조선왕조가 머물렀던 문화 유적 속의 야생림 여행을 떠나 보자.

비밀스러운 왕의 숲, 창덕궁 후원=휴일인 12일 오후. 끼이익끽 끽. 나무 열매를 먹으러 온 직박구리가 쉴 새 없이 지저귄다. 봄이면 가장 먼저 싹이 튼다는 귀룽나무도 가느다란 가지를 늘어뜨리고 있다.

창덕궁 서문인 금호문을 지나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북쪽 길로 들어서자 왕의 뒤뜰이 모습을 드러냈다.

창덕궁 후원은 비원()이란 별칭답게 오랫동안 사람을 들이지 않았다. 아직도 43만3000여 m(12만여 평) 가운데 70% 가까이가 비공개 지역이다. 나무가 130여 종에 200년이 넘은 거목이 울창한 생태계의 보물창고다. 15분 정도 걸으니 볕이 잘 드는 곳에 굴참나무, 물박달나무가 나타났다.

코르크의 원료로 사용되는 굴참나무는 나무껍질이 가뭄으로 갈라진 논바닥 같지만 만져 보면 탄력이 있다. 막다른 길에 이르자 사방이 온통 갈참나무다. 갈참나무는 나뭇결이 곧고 단단하다. 15m 가까이 뻗은 가지에 누런빛의 길쭉한 잎 몇 개가 달려 있었다.

동국대 오충현교수는 갈참나무는 힘이 좋고 습기가 적당한 토양에 모여 자란다며 궁궐 터가 평평해 뿌리내리기 좋은 환경을 갖췄다고 말했다. 신성한 참나무 숲, 종묘=조선 500년 왕실 사당인 종묘의 숲은 단조롭지만 우람하다. 종묘는 북한산에서 시작된 생태 축을 남산으로 잇는 중요한 위치에 있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 당시 도로(율곡로)가 만들어지면서 창덕궁과 끊겼다.

이 때문에 창덕궁과 종묘의 나무는 다소 차이가 있다. 가느다란 나무도 눈에 띄던 창덕궁과 달리 종묘는 팔로 두 번을 둘러야 할 만큼 굵었다. 나무껍질도 훨씬 깊게 골이 파이고 딱딱했다.

종묘는 땅이 깊어서 갈참나무가 곧게 쭉 뻗어 자랐다. 하지만 그 아래로 어린 때죽나무가 자라고 있다. 오 교수는 1980년대 들어 대기오염이 심각해지면서 갈참나무 숲이 오염에 강한 때죽나무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정전과 영녕전을 호위하고 있는 잘 자란 갈참나무 숲을 100년 뒤에도 만날 수 있을까. 창덕궁 02-762-0648, 종묘 02-765-1095



홍수영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