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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새해 결심

Posted December. 31, 2005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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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으로 따진다면 새해 결심은 하는 게 좋을까, 안 하는 게 좋을까. 괜히 작심삼일()로 끝나느니 관두는 게 경제적일 것도 같다. 하지만 지난해 게임이론 분석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탄 토머스 셸링 미국 메릴랜드대 교수는 바로 그래서 새해 결심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갈등이론의 대가인 그가 강조하는 것은 기선 제압이다. 두 나라가 갈등 관계에 있을 때는 퇴로를 차단하고 배수진()을 친 측이 유리하다. 내 안에도 살을 뺄까, 그냥 이대로 살까 하는 두 개의 자아가 있다. 새해에 특별히 선언하는 결심은 어겼을 때의 비용을 확 키움으로써 뺄까의 자아에 더 힘을 실어 준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새해 결심은 으레 깨지는 것으로 여기는 점도 깨져야 할 고정관념이다. 지난해 6월 정보기술(IT) 서비스업체인 LG CNS가 새해 결심 실천 중간점검을 했더니 50점 이상이라고 평가한 사람이 69.3%나 됐다. 주로 운동과 자기계발인데, 아예 결심을 안 한 사람들보다 이들은 최소한 반걸음은 앞서 있다는 얘기다. 구상() 시인은 새해 새아침이 따로 있다드냐? 했지만 앞줄만 읽고 덮으면 혼자만 손해다. 너의 마음안의 천진()을 꽃피워야 비로소 새해를 새해로 살 수가 있다고 했으니.

천진이 꼭 거창해야 맛인가. 옥션의 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남성들은 금연(40%)을, 여성들은 다이어트(60%)를 2006년의 가장 큰 결심으로 꼽았다. 외국도 비슷하다. 해마다 미국인들의 새해 소망을 조사하는 마이골닷컴에 따르면 체중조절 금연 등 건강에 관한 결심이 31%로 가장 많다. 결심만 할 게 아니라 구체적 계획을 당장 써 붙인 뒤 일 년 내내 다짐을 하고 또 하면 작심 석 달은 갈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신년사를 통해 새해 결심을 밝혔다. 서민 여러분의 형편이 한결 나아질 수 있도록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는 결심이다. 대통령 말이 되레 국민 헷갈리게 한다고들 했지만 그건 지난해까지의 과거사다. 대통령도 이번 새해 결심만은 꼭 지켰으면 좋겠다. 근하신년().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