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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is 혼합복식 같은 것

Posted December. 08, 2005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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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결혼은 안했지만 눈빛만 봐도 서로의 마음을 아는 듯 했다.

코트에서 10년 가까이 호흡을 맞췄으니 그러고도 남았으리라. 지긋이 손을 잡은 그들의 얼굴에는 행복이 흘러 넘쳤다.

한국 배드민턴의 최고 스타 커플 김동문(30삼성전기)과 나경민(29대교 눈높이).

올 크리스마스에 결혼식을 올리는 이들을 7일 서울 강동구의 한 레스토랑에서 만났다. 평소 자주 입던 태극마크가 새겨진 운동복 대신 말쑥한 정장 차림을 한 김동문과 나경민은 몰래 데이트와 결혼에 골인하는 과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대표팀 선후배에서 연인이 된 시점이 가장 궁금했다. 나경민이 먼저 본격적으로 교제한 건 한 3년 정도 됐다고 말문을 열자 김동문은 사귄지 2년 된 것 같은데 1년은 나 아닌 다른 사람이었던 것 같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이들은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가 끝난 뒤 사랑이 시작됐다고 입을 모았다. 둘 다 심신이 지쳐있었는데 가까이 의지하다보니 연인으로 발전했다는 것.

2003년 6월 첫 키스를 했다는 이들이 결혼 결심을 굳힌 건 지난해 아테네올림픽이 끝난 직후였다. 김동문은 경민이와 혼합복식에서 금메달을 못 따 아쉬웠지만 나는 남자복식 금메달을 땄고 경민이도 여자복식 동메달을 차지해 프로포즈를 했다고 말했다. 나경민은 오빠가 올림픽 선수촌 광장 벤치로 불러내 결혼 얘기를 꺼냈다고 수줍게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전격적으로 25일로 결혼 날짜를 잡은 데는 나경민의 역할이 컸다. 김동문이 내년 1월 캐나다 어학연수를 떠나게 됐다는 소식을 접한 나경민이 지난달 속이 상해 술을 마신 뒤 전화를 걸어 (결혼)하고 가던가, 아님 (관계를) 끝내고 가라며 으름장을 놓은 것.

이젠 남 몰래 극장이나 식당에서 가슴 졸이며 만날 일이 없어져 후련하다는 이들은 같이 살면서 부딪칠 일도 많겠지만 배려하고 양보하는 마음으로 살겠다며 활짝 웃었다.



김종석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