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사설] 노대통령 고장난 국정운영 수리 어렵나

[사설] 노대통령 고장난 국정운영 수리 어렵나

Posted July. 07, 2005 02:30   

中文

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청와대 홈페이지에 띄운 글을 통해 정치가 잘돼야 경제가 잘 된다고 강조했다. 여소야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자신이 제기한 연정() 필요론을 뒷받침하기 위한 말이었다. 그러면서 경제민생 점검회의 주재를 이해찬 국무총리에게 맡긴데 대해 일부신문이 정치 다걸기(올인)의 신호탄이 아니냐고 지적하자 냉정을 잃으면 수준을 잃기 쉽다고 역공했다.

우리는 정국이 노 대통령의 연정 관련 발언 이후 더욱 혼미해지는 것을 보면서, 작금의 국면이 빚어지기까지의 경과를 좀 더 긴 시간 속에서 살펴볼 필요성을 느낀다. 노 대통령은 작년 말부터 경제 올인에 나서겠다는 각오를 여러 차례 밝혔다. 국민들은 기대를 걸었다. 한쪽의 이해나 이념을 대변하는 정치세력의 보스가 아니라 대한민국 주식회사의 CEO로서 국가 성장 동력을 되살리는 실사구시()의 국정운영을 해달라는 소망이 컸다. 그후 여소야대()를 만든 4.30 재 보선의 메시지도 마찬가지였다. 기존의 정책 틀과 인재풀로는 국정난맥상을 풀기 어려운 만큼 인사쇄신을 통한 심기일전()으로 국정을 쇄신하라는 주문이었다.

그럼에도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은 오히려 국민들의 기대에 역행()했다. 국정운영의 틀을 바꾸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노 대통령은 측근들을 요직에 전진 배치하는 코드인사로 답했다. 누가 뭐래도 내 식대로 하겠다는 오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정책의 실패를 지적하면 온갖 말로 비판을 공격하는데 몰두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방초소 총기난사 사건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야당이 윤광웅 국방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제출하자 노 대통령은 거꾸로 여소야대의 한계를 들고 나왔다. 그러나 지난해 총선에서 국민들이 만들어준 국회 과반의석을 가지고 열린우리당이 1년 내내 한 일은 국가보안법 과거사법 언론법 사학법 등 4대 입법을 둘러싸고 야당과 충돌하면서 이념갈등을 증폭시킨 것이었다. 대통령이 제기한 연정 필요론에 대해 실정()을 제도 탓으로 돌린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상반기 경제성적표는 경제 올인 다짐을 무색하게 한다.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최근 3%대로 다시 낮춰져 3년 연속 잠재성장률을 밑돌 조짐이다. 1분기 2.7%의 저()성장 원인을 담배생산 감소라고 해명했던 정부는 이번에는 유가급등을 이유로 들었다. 그렇다면 같은 상황인 중국(9.5%) 인도(8%) 등의 올해 고성장 전망치는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기업투자가 외환위기 직전의 70%에 불과하고, 내수부진으로 경제성장의 80% 이상을 수출에 맡기지 않을 수 없는 양극화현상이 심화되면서 일본식 장기불황에 접어들지 모른다는 우려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이해찬 국무총리는 서민생활이 안정됐다는 말로 서민들의 속을 뒤집었다.

노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고 했던 부동산 정책은 시장의 흐름을 무시함으로써 사실상 좌초했다. 그나마도 6.17 당정청 부동산 간담회에서는 지난 2년여 동안 20여 차례 이상 내놓았던 각종 대책의 총체적 실패를 인정했다. 그러나 다시 강남일부의 땅 값이 올랐을 뿐이라는 무책임한 얘기가 정부와 청와대 쪽에서 나오고 있다. 참여정부의 국정어젠다 설정 기능이 고장 났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 무리가 아니다.

노 대통령은 오늘 각 언론사 편집보도국장을 청와대로 초청해 국정운영의 새 청사진을 밝힐 예정이다. 그러나 국정을 다잡기 위한 선결과제는 국민과 시장의 신뢰를 되찾는 일이다. 노 대통령이 강조한 경제를 잘되게 하려는 정치도 바로 대통령의 말과 국정운영 청사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최근 연정의 필요성과 개헌논의의 공론화를 강조한 발언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보다 경제실패를 호도하려는 판 흔들기가 아니냐는 의구심 섞인 반응이 왜 나오는지를 냉정히 돌아보아야 한다. 국민들은 아직도 참여정부가 성공하기를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