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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넘어가기엔 여론 심각 고개숙인 청와대

그냥 넘어가기엔 여론 심각 고개숙인 청와대

Posted January. 09, 2005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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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준()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사퇴 파동이 김우식() 대통령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핵심 참모진 6명의 일괄사퇴로 이어지면서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6개 부처 개각을 통해 집권 중반기의 새 출발을 다짐했던 노무현() 대통령으로서는 참여정부가 자랑해 온 인사시스템의 허점 때문에 이번 사태가 초래됐다는 점에서 정치적 위기를 맞은 셈이다.

여기에다 지난해 12월 초 이라크의 자이툰부대 깜짝 방문과 새해 국민통합적인 국정운용을 하겠다는 다짐으로 모처럼 우호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던 국민 여론도 돌아서는 기미가 역력하다는 데 청와대의 고민이 있다.

노 대통령이 8일 이해찬() 국무총리와의 오찬 회동에서 논란과 물의가 빚어진 데 대해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전례 없이 신속하게 대국민사과의 뜻을 비친 것도 이번 파문을 조기 진화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이 인사 파행 문제 때문에 직접 사과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김 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진의 일괄 사의 표명은 노 대통령과 어느 정도 사전 교감 아래 이뤄졌다는 게 청와대 핵심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 관계자는 이 전 부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7일 오후부터 청와대 참모진 인책론이 대두됐고, 이런 분위기 속에서 노 대통령이나 김 실장이나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이심전심()의 공감대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물론 노 대통령은 이날 이 총리와의 오찬회동 자리에서 인사시스템 상의 한계와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대책을 제시했을 뿐 비서실 참모진의 책임 문제를 거론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일괄 사의에 대해 즉각적인 반려 의사를 나타내지 않음으로써 향후 여론의 추이와 여권 내의 의견 등을 두루 살펴본 뒤 선별적으로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찬 회동에서 이번 사태의 대응과정에서 일부 참모가 이 부총리의 청렴성을 강조하는 등 국민감정을 되레 자극하는 발언을 했던 점을 거론하면서 여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후문이다.

이런 정황에 비춰볼 때 청와대 참모진 인책 문제는 유야무야 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일단 인사문제를 총괄하고 있는 정찬용() 인사수석비서관과 검증 문제를 맡고 있는 박정규() 민정수석비서관이 1차적인 책임의 대상이 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다만 김 실장의 경우는 추천과 검증은 별개라는 논리가 세를 얻는 분위기여서 유임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 실장의 책임을 물을 경우 이 총리의 책임도 함께 물을 수밖에 없고, 그가 합리적 보수 세력의 견해를 대변해 왔다는 점에서 경질할 경우 전반적인 국정운영의 기조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김 실장은 최근 재계 및 언론계 고위인사들과 수시로 접촉하면서 노 대통령이 최근 강조해온 관용과 화합의 기조를 수행하는 가교 역할을 해왔다.



김정훈 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