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 4강 신화도 잠시. 한국축구는 지금 팬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존재다.
14일 열린 2006 독일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7조 레바논전. 적지에서 최종 예선 진출을 자축하겠다던 한국은 1-1 무승부에 그치며 3승2무, 승점 11로 레바논(3승1무1패승점 10)을 간발의 차로 제치고 조 선두를 유지하는 데 만족했다.
결국 최종 예선 진출 여부는 다음달 17일 몰디브와의 최종전에서 판가름 나게 된다.
슈팅수 13개에 겨우 한골
또다시 골 결정력이 발목을 잡았다. 스포츠데이터뱅크(www.sportsdatabank.co.kr)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슈팅수는 13개, 레바논은 5개. 1골밖에 뽑지 못했으니 한국의 슈팅 성공률은 7.7%, 특히 문전에서 9번 슈팅에 1골만을 챙기는 비효율적인 축구를 했다.
스포츠데이터뱅크측은 한국은 대개 슈팅 성공률이 10%를 넘지 못하는데 축구 강국은 30%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세트플레이 전혀 안먹혀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은 후반 들어 경기를 장악하고도 마무리 부족으로 추가 득점에 실패했지만 전체적으로는 경기를 잘 풀어갔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코너킥과 프리킥 등 21차례의 세트플레이에서 한국은 한 골도 성공시키지 못했다. 김주성 축구협회 국제전문위원의 지적처럼 개인플레이로 한국의 장점인 조직력이 소멸된 것도 문제.
축구인들 가운데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2002월드컵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을 보좌했던 박항서 코치(포항 스틸러스)는 외국인 감독이 선수들을 파악하는 데 최소 6개월이 걸리는데 대표팀 운영에 일관성이 없었다. 선수들의 높아진 기대치를 만족시킬 수 있는 동기 부여도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국내파 젊은피에 기회를
한국-레바논전의 TV시청률은 월드컵 예선 사상 최고인 23.8%. 14일 축구협회 홈페이지(www.kfa.or.kr)에는 선수들의 정신력 부족과 세대교체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네티즌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otlims란 ID의 축구팬은 배부른 일꾼보다 배고프지만 성실한 국내파 숨은 선수에게 기회를 주자며 해외파를 비난했고 uni1222는 이젠 냉정하게 제대로 뛰는 신인선수들을 응원하자며 대표팀을 비난했다.
또 잉글랜드의 마이클 오언과 웨인 루니처럼 팔팔한 박주영 같은 인재를 대표로 선발해 한국축구의 미래를 준비하자는 반응도 많았다.
한편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이날 홈페이지(www.footballasia.com)를 통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한국-레바논전 무승부가 13, 14일 열린 아시아 2차 예선 중 최대 이변으로 꼽혔다.
김상호 양종구 hyangsan@donga.com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