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축구대표팀의 노장 수비수 최진철(33전북 현대모터스사진)은 요즘 죽을 맛이다.
파주 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요하네스 본프레레 신임감독의 훈련이 시작된 게 지난달 29일. 그 후 최진철은 쉬는 시간이면 거의 침대에 늘어져 있다. 진이 빠졌기 때문이다.
요즘 진철이형 보면 거의 죽은 사람 같아요. 저도 힘들어 죽겠는데 형은 더 하겠죠. 후배 이을용(29FC 서울)의 말이다.
대표팀에서 최진철의 서열은 김태영(34전남 드래곤즈)에 이어 두 번째. 그러나 김태영은 부상으로 열외여서 훈련 중인 선수 가운데는 최진철이 가장 고참.
훈련 강도는 히딩크 감독 때와 비슷해요. 그 때보다 나이를 더 먹었기 때문에 힘든 거겠죠. 프로축구 올스타전(4일) 전후로 사흘 동안 쉬었지만 6일 다시 NFC운동장에 나온 그의 얼굴은 여전히 초췌했다.
97년부터 태극마크를 단 그는 대표팀에서 거스 히딩크, 움베르토 쿠엘류 전 감독과 본프레레 현 감독을 모두 경험한 몇 안되는 선수 중 하나. 그가 느낀 세 감독은 어떨까.
본프레레 감독은 히딩크 감독보다 더 깐깐하고 치밀합니다. 어떨 땐 지독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2002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룩한 히딩크 감독은 치밀하고 체계적인 훈련 뿐 아니라 스파르타식 체력훈련으로도 유명했다. 그런 히딩크 감독보다 더 심하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강도 높은 훈련을 마음에 들 때까지 몰아붙이는 것, 훈련 중 큰 소리로 야단을 치는 것은 히딩크 감독이나 본프레레 감독이 비슷해요. 문제는 정도 차이죠. 본프레레 감독은 마음에 안 들면 바로 훈련을 중단시키고 일일이 설명해요. 또 눈물이 나올 정도로 무섭게 꾸짖기도 하구요. 훈련도 오전 오후 2시간씩. 길어봐야 오전 오후 1시간 30분씩이었던 히딩크 감독 때보다 더 많다.
본프레레 감독은 훈련 중에도 선수들의 장단점을 메모한다. NFC 감독실 책상엔 깨알 같은 글씨로 써놓은 메모지가 수북하다. 훈련이 끝난 저녁엔 그 메모더미를 정리하며 보낸단다.
옆에서 이을용이 거든다. 네덜란드 출신 감독은 비슷한 것 같아요. 다혈질이고 고집 세고. 히딩크 감독과 본프레레 감독이 그런 점에서 똑같아요.
반면 쿠엘류 감독은 딴판이었단다. 선수들을 너무 풀어 줬어요. 자율적인 훈련을 강조한 것은 좋았지만 선수들을 편하게 대해주다 보니 역효과가 난 것 같습니다.
훈련 강도도 약했다는 것. 쿠엘류 감독은 1년2개월여 동안 72시간밖에 훈련 못했다고 하소연했지만 훈련시간은 히딩크, 본프레레 감독시절의 절반 밖에 안 되는 하루 1시간30분이 고작이었다. 훈련 방법도 자상한 이웃집 아저씨 스타일.
그러다 본프레레 감독같은 독종을 만났으니 선수들 모두 초주검이 될 수밖에.
다행스러운 점은 선수들이 지옥훈련을 받으면서도 월드컵 이후 추락한 한국축구가 되살아나리라는 희망을 갖게 됐다는 것.
더 두고 봐야죠. 아직 한 경기도 안했잖아요. 하지만 감은 좋습니다. 선수들도 열심히 하려고 하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아요.
본프레레 감독의 데뷔무대는 10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바레인과의 평가전. 지옥훈련을 통해 새로 태어날 한국축구의 모습을 기대해보자.
양종구 yjongk@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