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새벽에 전해진 청천벽력 같은 김선일씨(34) 피살 소식에 가족들은 하루 종일 오열했고 부산시민들도 비통에 잠겼다.
빈소가 마련된 부산 연제구 거제동 부산의료원에는 각계각층의 인사를 비롯해 선일씨를 본 적도 없는 일반 시민에서부터 학생에 이르기까지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다.
허남식 부산시장을 비롯한 부산지역 기관장 17명은 이날 오후 시청 7층 회의실에서 긴급 비상대책회의를 갖고 선일씨 피살에 따른 지역 차원의 안정대책을 논의했다.
가족 반응=이날 오전 1시48분경 부산 동구 범일6동 선일씨 본가에서는 TV 자막을 통해 선일씨의 피살 소식을 본 순간 아버지 김종규씨(69)와 어머니 신영자씨(59), 동생 정숙씨(33) 등 가족들은 안돼라는 비명을 질렀다.
김씨는 어제까지만 해도 선일이가 살아있다고 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며 선일아, 선일아를 외치며 쓰러졌다. 정숙씨는 우리 오빠 살려내라며 절규하다 곧 실신했다. 김씨 부부와 가족들은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이를 지켜보던 이웃 주민들은 울분을 이기지 못해 선일씨의 집 안에 있던 이라크 국기 3개를 꺼내 집 밖에서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호소문을 담은 플래카드도 떼어내 땅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가족들의 감정은 이날 하루 크게 굽이쳤다.
병원에서 깨어난 김씨는 아들의 목숨이 위태로운데도 정부는 파병 방침을 계속 공개적으로 밝혀야만 했었느냐며 정부의 서투른 대응이 선일이를 죽게 만들었다고 원망했다.
그는 또 생존해 있고 석방될 가능성도 있다고 하더니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시신으로 발견됐다는 게 말이 되느냐. 시신을 외교통상부 건물에 묻겠다며 한때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김씨의 이런 원망은 곧 절망으로 바뀌었다. 오전 8시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집으로 돌아온 그는 제발 내 아들을 살려달라고 했는데 불쌍한 내 새끼. 나도 곧 따라 갈 것이다며 자포자기의 심정을 보였다.
빈소 표정=부산의료원에 마련된 빈소에는 이날 하루 1000명이 넘는 조문객이 찾아 선일씨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이날 오전 2시반 본가에 임시 빈소를 차렸던 가족들이 주위의 권유로 오전 10시반 영정을 부산의료원으로 옮기면서 본격적인 문상이 시작됐다.
가족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빈소를 지켰으며, 어머니 신씨는 내 아들을 살려내라고 힘없이 흐느끼다 또다시 쓰러져 병실로 옮겨졌다.
오후가 되면서 허성관 행정자치부 장관을 비롯해 한나라당 김형오 사무총장, 안경률, 이성권 의원 등 수십명의 부산지역 정관계 인사들이 빈소를 찾아 애도의 뜻을 전했다.
또 노무현 대통령과 김원기 국회의장,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장,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등은 조화를 보냈다.
선일씨의 모교인 경성대 박경문 총장 등 교직원과 학생들도 빈소를 찾았으며 총학생회도 교내에 분향소를 설치했다.
일반 시민들의 조문도 잇따랐다. 김병만씨(43상업)는 선일씨를 모르지만 TV만 보고 있기에는 너무 안타까워 조문을 하려고 찾았다고 말했다.
범일6동 본가 근처에서 보육원인 우리들의 집을 20여년 째 운영하고 있는 독일인 루미네 수녀(63)도 빈소를 찾아 가족들을 위로하며 기도를 올렸다.
석동빈 조용휘 mobidic@donga.com silen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