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제기한 재신임 국민투표를 둘러싸고 여야 대립이 심화되면서 정부의 주요정책과 국회의 각종 입법 예산 심의가 지연 왜곡되는 국정실종 현상이 잇따를 조짐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회의 한 관계자는 14일 예산결산위원회의 경우 24일부터 활동이 시작될 예정이나 위원장 배분을 둘러싼 각당간 이견조차 해소되지 못한 상황이라며 재신임을 둘러싼 극한 대립으로 국회가 파행할 경우 117조5000억원 규모의 국가예산 심의가 겉돌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태풍 매미의 피해 복구를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안의 경우는 13일 재경위에서 심사를 벌일 예정이었으나 정족수 미달로 토론만 벌인 뒤 산회하기도 했다.
국회 관계자들은 특히 노 대통령이 제안한 12월 15일 국민투표를 위해서는 공식 찬반운동이 시작되는 11월 27일 이전부터 사활을 건 여야의 장외 대결로 국회의 공동화()에 따른 법안 심의 지연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신행정수도 관련 법안과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이행특별법의 경우 각당은 충청권 유권자와 농민들의 눈치만 살필 뿐 명확한 입장제시조차 못하고 있다.
노 대통령이 재신임과 함께 제안한 정치개혁 입법화도 중대선거구제와 권역별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의 경우 여야간 이해가 극명하게 엇갈려 정치개혁특위에서 논의 자체가 진행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재신임 투표를 앞두고 지지층을 의식한 정책의 왜곡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통합신당이 14일 국회에서 정부측과 함께 가진 1차 정책정례협의회에서 장기국채 발행을 통해 내년도 예산을 3조원 증액키로 한 것이 그 사례로 꼽힌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예산 관계자들은 즉각 심의도 해보지 않고 예산을 늘리려는 것은 표를 유혹하기 위한 전형적인 선심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김경재() 의원은 정권이 모처럼 결집한 노 대통령의 진보성향 지지자들을 이탈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점 때문에 정부가 재신임 투표를 앞두고 파병결정을 쉽게 내리기 어려울 것이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다 내년 4월 총선 출마희망자들이 재신임 찬반운동을 합법적인 자신의 선거운동 무대로 활용키 위해 전면에 나서고, 각당도 명운을 걸고 자금 조직을 총동원할 것이 확실시됨에 따라 공식 투표관리비용(800억원) 외에 수천억원의 자금이 재신임 찬반운동에 풀려나갈 것으로 선거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박성원 swpark@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