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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글로벌 회생 가능성

Posted May. 19, 2003 22:11   

19일 삼일회계법인이 SK글로벌 채권단에 보고한 실사 결과 SK글로벌의 자본잠식(총부채-총자산)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적은 4조3874억원으로 밝혀지면서 SK글로벌의 회생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와 함께 구속 수감 중인 최태원() SK 회장의 경영권 복귀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전망되고 있다.

SK측 자구안은 여전히 미지수=삼일회계법인은 SK글로벌의 실사가치(자본잠식 규모)를 -4조3874억원, 청산가치는 -5조9188억원, 해외은닉 자산규모는 4220억원이라는 실사 결과를 채권단에 보고했다.

이 같은 자본잠식 규모는 당초 채권단이 우려했던 수준보다는 적은 것. 이에 따라 채권단은 SK그룹이 성의 있는 자구안을 내놓으면 회생시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SK에 1조3000억원의 매출채권 전액을 출자전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SK는 유동성 문제 등을 들어 7000억원만 출자전환하겠다고 버티고 있다. 출자전환 규모가 커지면 대주주인 소버린자산운용을 설득하기 어렵고, 매출채권을 모두 포기할 경우 최근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SK가 흔들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SK그룹은 이번 주 안에 계열사간 영업 몰아주기를 통해 영업이익을 늘리고 해외 영업망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의 자구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또 SK글로벌이 갖고 있는 SK텔레콤, SK증권, 포스코 등의 상장주식과 워커힐, SK생명 등 비상장주식 처분을 검토하고 있다.

채권단과 SK그룹의 힘겨루기는 채권단의 정상화 여부 최종결정 시한인 다음달 18일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최태원 회장 경영권 되찾을까=SK글로벌의 회생 가능성이 전망되면서 SK그룹 안에서는 최 회장의 경영권 복귀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검찰은 9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최 회장에게 징역 6년을 구형했다. 통상 구형 6년이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는 상한선이라는 점 때문에 검찰도 집행유예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30일 열리는 1심 선고공판에서 최 회장이 집행유예 판결을 받아 조만간 경영에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은 담보로 맡아두고 있는 최 회장의 지분 처리에 부정적이다. 반면 일부 채권금융기관들은 지분을 처분해 채권단의 출자전환 부담을 덜자고 주장하고 있어 상황은 유동적. 그러나 SK글로벌 사태 이후 주가하락으로 최 회장 지분은 시가로 1000억원에도 못 미쳐 지분을 처분하더라도 채권단측의 실익은 크지 않다.

SK그룹의 고위 관계자는 채권단도 SK글로벌의 회생을 위해서는 그룹 오너인 최 회장이 복귀해 계열사간 이해조정과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어 최 회장이 경영권을 행사하는 데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SK글로벌 정상화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최 회장이 집행유예로 나온다면 SK그룹은 그룹 해체라는 시나리오에서 벗어나게 된다. 하지만 최 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나더라도 구속 이전처럼 강한 총수 지배력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 회장의 경영복귀에 대한 회사 안팎의 부정적 여론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시급한 과제다.

그러나 소버린자산운용이 지배구조 개선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데다 최대 계열사인 SK텔레콤이 주주이익을 강조하며 독자행보를 강화하고 있어 최 회장의 지배력은 크게 약화될 전망이다.



박중현 신치영 sanjuck@donga.com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