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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멕시코에 짓밟힌 한국인권

Posted December. 12, 2002 22:37   

멕시코 여성교민들이 남편이나 동생에게도 말하지 못한 사실을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밝힌다며 폭로한 알몸수색의 전모는 우리 국민을 전율케 한다. 멕시코 수사관들은 안 벗으면 불이익을 당한다고 협박해 옷을 벗게 하고 치부를 가리던 손까지 치우게 했다고 한다. 남자 교민들도 여성 수사관 앞에서 알몸이 되는 수모를 당했다.

우리는 이 사실을 폭로한 뒤 울음을 터뜨린 여성 교민과 함께 울고 싶은 심정이다. 멕시코 사법당국은 한국과 한국민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기에 이처럼 상상하기도 힘든 인권유린을 자행했는가. 정부가 그동안 어떻게 처신을 했기에 교민이 이렇게 비인간적 취급을 받아야 했는가. 치가 떨리고 분노가 치민다. 멕시코 당국은 교민뿐 아니라 우리 국가와 우리 국민 모두의 자존심을 짓밟았다.

멕시코에서 32명의 한국인이 한꺼번에 구속된 것부터 예삿일이 아니었다. 수백명의 경찰을 동원한 표적수사로 특정국 교민을 집단구속한 것은 외교관례상 납득이 되지 않는다. 마구잡이 수사에 투자환경 조사차 멕시코를 찾은 미국 시민권자와 어린 자녀를 둔 부부까지 무더기로 걸려들었다. 현지언론은 한인들이 무기와 마약밀매에도 개입했다며 한인사회를 아예 범죄집단으로 매도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미적거리다 교민 알몸수색이 사회적 문제가 되자 주한 멕시코대사를 불러 사실확인을 요구하는 등 뒷북을 치고 있다. 작년 중국에서 교민이 처형된 지 한 달이 지나도록 몰랐던 정부의 무능이 나아지지 않았음을 확인해주는 것이다.

정부는 인권유린을 중대한 외교문제로 보고 멕시코 정부에 관련 수사관의 처벌 및 정부차원의 사과를 요구해야 한다. 마구잡이 구속에 이어 알몸수색까지 드러났으니 또 다른 인권유린행위가 있었는지도 조사해야 한다.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고 억울함을 방치하는 정부는 존재의 가치가 없다. 국민이 외국에서 능멸당해도 무책인 정부는 국가에 대한 국민의 충성을 말할 자격조차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