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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정욱 156 총알투 사나이

Posted August. 12, 2002 22:28   

최근 한반도와 일본 열도는 총알탄 사나이들로 떠들썩했다.

국내에선 무명의 고졸 3년생인 SK 엄정욱(21)이 6월11일 기아와의 문학경기에서 투구 스피드 비공인 한국기록인 156를 전광판에 아로새겨 화제가 됐다. 텍사스 레인저스의 박찬호가 한양대 시절인 93년 천마기대학야구대회에서 156를 기록했다고 하지만 종전 프로 최고기록은 선동렬과 박동희가 기록한 155.

일본에선 구대성이 선발로 활약중인 오릭스 블루웨이브의 중간계투 야마구치 가즈오(27)가 7월29일 다이에 호크스와의 경기에서 158를 기록했다. 이는 현재 텍사스에서 뛰고 있는 이라부 히데키가 10여년전 일본에서 던진 투구 스피드와 타이기록이었다.

이처럼 올해 한일 양국에서 기록적인 강속구가 속출함에 따라 투수의 볼 스피드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강속구 투수는 누가 있나

국내에선 엄정욱이 단연 돋보인다. 당시 기아전에서 그의 공은 150 밑으로 내려가는 것을 거의 볼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보다 몇일전에는 상무와의 2군경기에서 159가 나왔다고 한다. 두산 왼손투수 이혜천도 둘째가라면 서럽다. 그는 다음날인 6월12일 한화전에서 154를 두 번이나 기록했다. 왼손투수의 이점을 감안하면 타자들이 느끼는 이혜천의 공 빠르기는 엄정욱을 능가할 수도 있다는 평가였다.

이밖에 현역으론 두산 진필중과 LG 이상훈, 삼성 노장진이 150대를 꾸준히 던질 수 있는 능력을 갖췄고 SK 이승호까지 포함해 대부분 강속구 투수는 마무리 투수란 공통점이 있다. 미국에서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마무리 투수인 롭 넨이 플로리다 말린스 시절인 97년 월드시리즈에서 기록한 102마일(164)이 최고기록이다.

예전에 비해 얼마나 빨라졌나

지금은 작고했지만 해방 직후 태양을 던지는 사나이로 불렸던 경남고 왼손투수 장태영은 당시 천하무적이었다. 그러나 그의 볼 스피드는 140가 채 되지 않았을 거라는 게 본인의 솔직한 평가였다. 이후 프로야구가 창설됐지만 초창기에 150를 넘은 선수는 최동원이 아닌 선동렬이 처음이었다는 게 정확한 평가다. 하지만 요즘은 150가 넘지 않고는 강속구 투수의 명함을 내걸 수 없는 실정이다.

과연 믿을 수 있는 기록인가.

대답은 글쎄다. 볼 빠르기는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다루는 공인 기록은 아니다. 같은 공이라도 스피드건의 종류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고 투구를 찍는 각도와 타자의 방망이를 휘둘렀냐 여부에 따라서도 스피드는 다르게 나온다.

하지만 공 스피드는 스카우트들이 신인을 지명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자료중 하나인 것만은 틀림없고 각 구단은 자신과 상대팀 투수의 공 빠르기를 재기 위해 여념이 없다.

강속구만이 능사인가

이 또한 대답은 글쎄다. 선동렬은 해태 시절 평상시에는 150 이상을 던질 필요를 못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굳이 붙같은 강속구가 아니더라도 타자를 요리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제구력 투수였던 장호연도 140 이상을 던질 능력이 있었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했다.

골프로 치면 강속구가 드라이브의 비거리인 반면 제구력은 퍼팅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려보인다. 존 댈리 같은 장타자들은 해마다 최고의 비거리를 자랑하지만 그가 우승했다는 얘기는 가뭄에 콩나듯 들려온다. 하지만 세계 최정상급 선수가 되기 위해선 장타가 없으면 안되듯 강속구도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장환수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