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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빈손 귀국'... 내달 방미 재협상

Posted November. 27, 2003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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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27)이 돌아왔다.

18일 갑자기 아내 이송정씨와 함께 출국해 1주일가량 미국을 방문한 뒤 27일 귀국한 이승엽. 그는 미국에 도착하면서 50%는 비즈니스, 50%는 휴식 때문에 왔다고 했다. 하지만 비즈니스는 잘 되지 않았고 이 때문에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 1주일간의 미국행을 결산해 봤다.

그를 원하는 팀은.

시애틀 매리너스와 LA다저스. 이승엽은 도착하자마자 시애틀의 세이프코필드를 방문했고 이어 다저스타디움을 찾아 환대를 받았다. 공식적으로 찾아간 구단은 이 두 곳이다. 가장 강력한 후보로 떠올랐던 애너하임 에인절스는 발을 뺐다. 볼티모어 오리올스는 관심만 있을 뿐이다.

그가 원하는 팀은.

LA다저스다. 이승엽은 27일 로스앤젤레스를 떠나 귀국하기에 앞서 가진 현지 인터뷰에서 다저스에서 뛰고 싶은 마음은 변함이 없다고 했다. 그는 다저스타디움을 방문한 뒤 운동장도 마음에 들고 사람들도 가족적이라 끌린다고 했지만 미국 방문 전부터 다저스행을 염두에 뒀던 것으로 보인다. 박찬호(텍사스 레인저스)가 속했던 다저스는 한인 교포가 많아 낯을 가리는 편인 이승엽이 생활 환경면에서 적응하기 쉽다.

그에게 제시된 대우는.

연봉 45만달러설, 3년에 300만달러설 등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확인된 것은 없다. 이승엽은 나와 에이전트를 통해서 나간 것이 아닌 주변 사람들이 말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에이전트인 SFX사의 존 킴은 전화통화에서 (연봉수준이) 100만달러 이상이라고 밝혔다. 이 액수는 이승엽이 원하는 연봉 150만200만달러에 못 미친다. 게다가 연봉 차등지급, 마이너리그 감수 등 여러 가지 옵션이 붙은 것으로 추측된다. 불만족스럽다.

그가 고민하는 것은.

돈이냐, 꿈이냐다. 돈을 좇는다면 삼성에 남는 게 가장 확실하다. 하지만 호기 있게 칼을 뽑았는데 무도 자르지 못한 채 그냥 칼집에 넣는다? 당연히 의욕이 안 생긴다. 꿈을 좇는다면 고개를 숙여야 한다. 적은 몸값도 참아야 하고 구단 필요에 따라 마이너리그를 거치는 것도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그는 국민타자이며 개척자다. 이승엽은 자신의 뒤를 따라 미국 프로야구의 꿈을 품고 있을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돼야 한다. 한국야구를 형편없이 생각하는 미국 구단과 헐값에 덜컥 계약할 수는 없다.

그는 12월에 다시 미국에 갈 예정이라고 했다. 이승엽의 미국 진출은 이제 장기전 양상이다.



김상수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