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손자’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데뷔전부터 안타와 타점을 기록했다. 한국프로야구 키움에서 4년간 동료로 뛰었던 김하성(29·샌디에이고)도 이정후 앞에 떨어지는 타구로 시즌 첫 안타를 신고했다.
이정후는 2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와의 2024 MLB 미국 내 개막전에 1번 타자 중견수로 출전했다. 상대 선발 투수 다루빗슈 유(38)를 상대로 처음 두 타석에서 각각 삼진과 1루수 직선타로 물러난 이정후는 5회 세 번째 타석에서 깨끗한 중전 안타를 때려냈다.
이정후는 1994년 첫 기록을 남긴 박찬호(은퇴) 이래 한국인 선수로는 27번째로 MLB 무대를 밟았다. 타자로는 12번째 MLB 데뷔였다. 한국인 타자가 데뷔전에서 안타를 때린 것은 역대 5번째다.
기쁨과 아쉬움이 교차한 첫 안타였다. 이정후는 1-0으로 앞선 5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풀카운트 접전 끝에 다루빗슈의 높은 싱커(시속 153km)를 받아쳐 중견수 글러브 바로 앞에 떨어지는 타구를 날렸다. 이정후는 지난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일전에서도 일본 대표팀 선발로 나선 다루빗슈에게 2타수 1안타를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이정후는 다음 타자 호르헤 솔레르 타석 때 2루 도루를 시도하다가 다루빗슈의 견제에 걸려 아웃 되고 말았다.
아버지 이종범 전 코치(54)와 함께 한미일 프로야구 최초로 부자(父子)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한 이정후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18년 만에 펫코파크에서 안타를 때려냈다. 이 전 코치는 2006년 3월 16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제1회 WBC 일본과의 본선 2라운드 경기에서 결승 2루타를 기록했다. 이날 관중석에서 아들의 첫 안타를 지켜본 이 전 코치는 기립박수를 보냈다.
이정후의 첫 타점은 7회에 나왔다. 2-2 동점이던 7회초 1사 1, 3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이정후는 일본프로야구 구원왕 출신인 왼손 투수 마쓰이 유키(29)를 상대했다. 마쓰이의 폭투로 2, 3루가 된 상황에서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3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첫 안타와 첫 타점을 모두 일본인 투수를 상대로 기록한 것.
만약 경기가 이대로 끝났으면 결승타가 될 수 있었지만 샌프란시스코 구원진이 7회말 4실점하며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이날 경기는 결국 샌디에이고의 6-4 승리로 끝났다.
이정후는 경기 후 “첫 안타를 쳤지만 곧바로 견제사를 당해 안타의 기분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 MLB의 수준이 높다는 걸 새삼 느꼈다”며 “그래도 꿈에 그리던 MLB 데뷔전을 치러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2024 MLB 공식 개막전인 서울시리즈(20, 21일)에서 7타수 무안타에 그쳤던 김하성은 이날 5번 타자 중견수로 출전해 3타수 1안타 1볼넷 1득점으로 팀 승리에 기여했다. 두 팀은 4월 1일까지 4연전을 치른다.
이헌재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