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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테흐스 ‘하마스 공격 두둔’ 발언에… 이스라엘 “총장 사퇴” 격분

구테흐스 ‘하마스 공격 두둔’ 발언에… 이스라엘 “총장 사퇴” 격분

Posted October. 26, 2023 08:07   

Updated October. 26, 2023 08:07


“하마스의 공격은 진공 상태에서 일어난 것이 아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사람을 질식시키는 이스라엘의 점령하에 놓여 있었다.”

포르투갈 출신인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24일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두둔하는 취지로 발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1967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점령한 후 56년간 탄압을 거듭해 이에 반발한 하마스의 공격을 초래한 측면이 있다는 취지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민간인 납치와 살상을 지지한 격이라며 구테흐스 총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이번 사태의 해법을 논의하기 위한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자신들의 땅이 꾸준히 잠식당하고 집이 철거됐으며 폭력과 경제난에 시달렸다”며 “하마스의 공격이 진공 상태에서 발생한 게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2007년부터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통치한 후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인정하지 않으며 극단적 봉쇄 정책을 펼친 것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 북부에 지상군을 투입하기로 한 것도 반대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북부의)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식량, 물, 의약품, 연료가 없는 남쪽으로 이동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은 거세게 반발했다. 같은 회의석상에 있던 엘리 코헨 이스라엘 외교장관은 하마스가 납치한 이스라엘 민간인의 사진을 든 채 “사무총장은 대체 어떤 세상에서 살고 싶으냐”며 “테러가 판치는 세상에서 살고 싶으냐”고 반문했다. 길라드 에르단 주유엔 이스라엘대사 또한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부끄러운 줄 알라.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 후 탄생한 조직(유엔)의 수장이 이런 끔찍한 견해를 갖고 있다는 것은 슬픈 일”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어린이, 여성, 노인에 대한 대량학살을 양해하는 듯한 총장은 유엔을 이끌기에 적합하지 않다”며 구테흐스 총장의 즉각 사임을 촉구했다.

이스라엘은 지상군 투입 의사를 거듭 강조했다. 헤르지 할레비 군 참모총장은 같은 날 가자지구 인근을 찾아 “전술, 전략적인 고려로 지상공격이 지연되고 있다”면서도 “우리는 (지상전) 준비가 됐다. 정치권과 협의해 다음 단계의 형태와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군은 이날 가자지구에서 바다를 통해 이스라엘 본토로 침투하려던 무장세력들을 사살했다고도 밝혔다. 현지 언론은 4∼9명의 무장대원이 가자지구 인근 지킴 해변을 통해 이스라엘로의 잠입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고 전했다.


이청아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