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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 금리차 사상 최대…“예상 부합” 방심할 때 아니다

韓美 금리차 사상 최대…“예상 부합” 방심할 때 아니다

Posted July. 28, 2023 08:04   

Updated July. 28, 2023 08:04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어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지난해 3월 이후 11번째 인상이며, 지난달 동결 이후 한 달 만에 다시 긴축에 나선 것이다. 2%대 물가 상승률을 달성하려는 동시에 미 경제가 연착륙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반영된 결정이다. 이번 인상으로 미 기준금리는 22년 만에 가장 높은 연 5.25∼5.50%가 됐다. 한국 기준금리는 1월 인상을 끝으로 연 3.5%에 머물러 있어 양국 금리 차는 2.0%포인트까지 벌어졌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초유의 격차다.

우리 정부와 한국은행은 “예상에 부합한 결과”라고 평가했지만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선 상당한 부담을 떠안게 됐다. 더 높은 금리를 좇아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지는 등 금융시장 불안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원-달러 환율은 최근 1270원대 안팎에서 움직이고, 외국인 주식·채권 투자자금은 5개월 연속 순유입 기조를 보이고 있지만 마냥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이번이 사실상 마지막 금리 인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지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9월 금리 인상과 동결 가능성을 모두 밝히면서 한미 금리 차가 더 확대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이 “연내 금리 인하는 없다”고 못 박아 역대 최대로 벌어진 금리 역전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문제는 과거 금리 역전 시기와 달리 이번에는 수출 부진과 무역수지 적자 등 실물경제 부진이 동반돼 금리 격차를 버틸 여력이 달린다는 점이다. 1, 2분기 간신히 역성장을 면하고 연간 성장률 전망치가 갈수록 떨어지는 등 경기 침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 인상으로 대응하기도 쉽지 않다. 위험 수위에 다다른 가계 빚도 불안 요소다. 대출 금리가 다시 들썩이는 가운데 은행권 가계대출은 지난달에만 6조 원가량 늘었다.

여기에다 연준의 금리 인상 재개로 미 지역은행 등 금융 불안이 재연되고 상업용 부동산 침체가 심화되면 국내 금융권도 충격을 피할 수 없다.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 규모는 15조5000억 원, 2년 내 만기인 해외 부동산 펀드는 30조 원에 육박하는데 이미 일부 펀드가 상각 처리되는 등 위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외부 충격이 가해지면 금융시장이 걷잡을 수 없이 출렁이고 급격한 자본 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와 통화당국은 대내외 위험 요인을 선제적으로 살피고 금융시장 변동성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한일 통화스와프에 이어 다른 국가의 중앙은행들과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어 ‘달러 안전판’을 확보하는 것도 필요하다. 지금 당장 한미 금리 차에 따른 불안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안심할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