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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코앞 섬에 365일 태극기 물결

Posted August. 11, 2016 06:57   

Updated August. 11, 2016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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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바다가 보이는, 분단의 아픔이 서린 이곳에 태극 물결을 일으키려 합니다.”

 10일 오전 인천 강화도 최북단 섬 아차도에서 만난 어촌계장 최재석 씨(69)의 얼굴에 만감이 교차했다. 이날은 최 씨와 주민들의 오랜 노력 끝에 아차도가 ‘태극기 섬’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날이었다. 여객선이 오가는 선착장에서 마을 어귀로 들어서는 길목의 방조제 축대에는 높이 6m의 게양대에 태극기 23개가 휘날렸다. 총 24채의 집 앞마당에도 태극기가 빠짐없이 게양돼 있었다.

 아차도를 태극기 섬으로 바꾸려는 주민들의 노력이 시작된 건 올해 초. 베트남전 참전용사이기도 한 최 씨는 “눈앞에 펼쳐진 생생한 분단의 고통을 태극기로 극복해 보자”며 태극기 마을 조성을 제안했고 주민 성금 등을 모아 400만 원가량의 기금을 마련했다. 주민들은 거센 바람에도 견딜 수 있게 튼튼한 게양대를 설치했다. 50cm 깊이의 땅속까지 철근을 박았고 콘크리트 구조물로 단단히 다졌다. 이렇게 47개의 게양대가 설치됐다.

 이날 아차도 마을회관 앞마당에서는 광복회와 상이군경회, 6·25전쟁 및 베트남전 참전 유공자, 전몰유족회 등 강화지역 14개 보훈단체 회원 10여 명과 주민 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태극기 마을을 선포하는 국기 게양식이 열렸다. 국민의례에 이어 애국가 연주에 맞춰 태극기 게양이 이뤄지자 참석자들은 감개무량한 모습이었다. 김종환 6·25참전 강화도협의회장(85)이 “대한민국 만세” “강화도 만세” “아차도 만세”를 연이어 외치자 주민들도 태극기를 높이 들고 따라했다. 이재훈 강화군보훈단체협의회장(67)은 “작은 섬에서 때 묻지 않는 나라사랑 운동을 펼치고 있어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아차도는 강화도 외포리나루터에서 여객선으로 1시간 정도 거리에 있다. 주변의 주문도와 볼음도 말도와 함께 서도면에 속해 있다. 말도에서 북한 황해도 연백군 해성반도까지는 7km에 불과하다. 남북 분단이 고착화된 1950년대 이전까지 200여 척의 어선이 몰릴 정도로 강화도 내 최대 어업전진기지였다. 1931년 설립된 아차도어업조합이 전국 최대 규모의 지역수협으로 성장한 경인북부수협의 모태다. 그러나 최근 한강 하구 중립수역까지 침범해 불법조업을 벌이는 중국 어선들로 몸살을 앓고 있기도 하다.

 아차도 주민들은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지난해 마을기업을 출범시킨 데 이어 섬을 태극기마을로 가꾸고 있다. 문경신 강화군 수산녹지과장은 “서도면 청정해역을 관광명소로 만들기 위해 아차도∼주문도∼볼음도를 잇는 연도교를 2022년까지 건설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강화도=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