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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현대 아우러진 한국공예, 세계 무대에 당당히...이밀라노 트리엔날레 공식 전시

전통-현대 아우러진 한국공예, 세계 무대에 당당히...이밀라노 트리엔날레 공식 전시

Posted April. 13, 2016 07:21   

Updated April. 13, 2016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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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엔 짧은 기간에 한국 공예를 알리려다 보니 일부 유명 작가의 작품에 기댈 수밖에 없었는데 올해는 전통과 현대, 중견과 신진 작가가 어우러진 전시를 마련했습니다.”

 이탈리아 밀라노의 디자인 전문 박물관인 ‘트리엔날레 디자인 뮤지엄’ 1층에선 2일부터 한국 공예전 ‘새로운 공예성을 찾아가는 공동의 장’이 열리고 있다. 한국 공예전은 2013년부터 이곳에서 매년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밀라노에서 3년마다 열리는 트리엔날레 국제전시회인 ‘21세기, 디자인을 잇는 디자인’의 공식 전시 중 하나로 9월 12일까지 선보인다.

 11일(현지 시간) 전시장 앞에서 만난 홍보라 예술감독은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이곳에서 한국 공예를 음미한 유럽 사람들이 다시 찾아오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말했다.

 5개의 공간에 작가 28명이 참여했다. 전시장 곳곳에는 ‘작심’한 흔적들이 곳곳에 있다. 154점의 작품에는 전통과 현대적 감각이 골고루 배어 있다.

 배세진 작가는 흙 조각을 붙여 만든 항아리를 선보였다. 소소한 재미가 엿보이는 작품이다. 작은 흙 조각 하나하나에 일련번호를 새긴 것. 2008년부터 만든 흙 조각에 1번부터 번호를 매기고 이를 붙여 항아리 등 연작 공예품을 만들었다. 흙 조각은 최근까지 14만3800개에 달한다. 배 작가는 “단순히 잘 만든 공예품을 보여주는 대신 그 속에 담긴 노력과 과정을 보여주며 관객과 소통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김혜정 작가의 작품은 협업의 결정체다. 네팔에서 대대로 도공들이 사는 티미 마을의 장인들에게 물주전자, 컵 등 디자인 아이디어를 제공해 마을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켰다. 또 일본 가고시마에서 400년 넘게 도자(陶瓷)의 맥을 지켜온 심수관 가문과도 협업해 얇으면서도 실용적인 도기를 만들었다.

 조약돌을 연상케 하는 크리스티나 김의 ‘스톤필로’ 작품 일부는 관객들이 앉아 쉴 소품으로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엔지니어 최종언과 디자이너 김종범이 협업해 3D프린터로 만든 신호등, 도로표지판, 리어카 등은 한국의 소소한 일상 이모저모를 보여준다.

 안드레아 칸첼라토 트리엔날레 뮤지엄 관장은 “그간 한국 공예 전시가 단발성에 그친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번엔 깊이 생각해볼 만한 작품들이 적지 않다”며 “한국적 여운, 감수성이 잘 느껴졌다”고 말했다. 안토넬로 푸세티 밀라노 폴리테크니카대 학장도 “이번 전시를 보니 앞으로 한국 장인과 이탈리아 디자이너가 협업하면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흥미로운 작품들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밀라노=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