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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방역 실패, 홍콩독감에서 되풀이 말라

메르스 방역 실패, 홍콩독감에서 되풀이 말라

Posted July. 09, 2015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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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메르스 사태는 반드시 온다고 보건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경고하고 있다. 그 시기는 뜻밖에도 가까울 수 있다. 홍콩에서 여름철 독감이 기승을 부리면서 한국 유입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A형(H3N2)인 이 독감은 지난겨울 국내에서 유행했던 그 독감이다. 우리나라는 겨울이 지나며 종식됐으나 홍콩에서는 지금까지 563명의 사망자를 내며 계속 확산되고 있다. 발병률이나 사망률로 볼 때 메르스 못지않게 상황이 심각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매년 그해 유행할 인플루엔자 유형을 예측해 독감 백신을 만드는데 지난겨울에 나온 백신에는 이 타입이 빠져 있었다. WHO가 유행 독감을 잘못 예측한 것이다. 한국인은 매주 7만 명이 홍콩을 방문할 만큼 교류가 빈번해 이 독감이 국내에 재상륙할 가능성이 있다. 지금은 지난겨울 접종한 백신의 효력이 떨어진 시점이라 홍콩독감이 유입되면 인적 물적 피해가 클 것이다.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2009년까지 200명 안팎이던 해외 유입 감염병 환자 수는 갈수록 늘어 2013년 494명, 2014년 388명을 기록했다. 기후변화와 생태계 이상으로 바이러스 변이가 쉬워지고 항공여행이 늘면서 신종 전염병이 수시로 국경을 넘나들 수 있게 됐다. 지난 40년간 발생한 주요 신종 바이러스만 20종이 넘는다. 2003년 중증호흡기증후군(사스)과 2009년 신종플루가 그 단초였다고 볼 수 있다.

판데믹(대유행)은 핵무기와 함께 인류를 위협하는 2대 적이다. 우리는 메르스 사태를 통해 우리의 감염병 방역체계가 얼마나 부실하고 허점이 많은지를 처절하게 목도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하고 온 여행자가 메르스에 감염된 것은 불가항력이라고 해도 지금까지 무려 186명의 감염자를 낸 것은 순전히 부실한 초기대응과 허술한 공중보건체계 때문이었다.

어제 열린 국회 메르스 대책 특별위원회에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충분한 정보의 부족과 평소 방역망의 미흡으로 메르스의 전파력을 과소평가했다고 시인했다. 정부가 해외에서 발생하는 신종 감염병에 대한 정보를 다각도로 수집하고 의료진과 여행객에 대한 사전 교육을 강화했더라면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메르스 사태는 인재()의 요소가 있다. 사태가 수습되는 대로 책임질 사람은 책임을 져야하겠지만 지금은 메르스를 종식시키고 다시는 이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방비를 단단히 하는 게 급선무다.

정부는 귀국하는 홍콩 여행객들이 발열이나 기침 증세가 있는지 공항에서부터 철저하게 체크해야 한다. 여행객들도 개인위생을 철저히 해서 독감이 국내로 전파되지 않도록 협조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홍콩에 독감이 유행한다고 해서 과도한 공포심을 갖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홍콩 독감은 메르스 이후 정부의 방역체계가 근본적으로 달라졌는지를 보여줄 시험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