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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과거사 눈감지 말고 한국은 유연한 자세로

일본은 과거사 눈감지 말고 한국은 유연한 자세로

Posted November. 20, 2013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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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록원은 한국 정부가 1953년 작성한 31 운동 및 일본 간토() 대지진 당시 한국인 피살자, 일제 강점기 강제 징병자 등 세 가지 명부 67권에 대한 분석 결과를 어제 공개했다. 이승만 당시 대통령의 지시로 내무부가 전국적인 조사를 통해 작성한 명부로 6월 주일 한국대사관의 청사 신축에 따른 이사 과정에서 발견됐다. 사건을 직접 경험한 생존자가 많이 남아 있던 60년 전의 자료여서 사료적 가치가 높다.

31 운동 피살자 명부에는 모두 630명의 희생자 명단과 순국 상황이 실려 있다. 1919년의 31 운동 순국자들은 수천 명으로 추정되지만 그동안 공식 인정된 독립유공자 수는 391명이었다. 1923년 간토 대지진 때 일본인들에게 학살된 66002만 명(추정치) 중 290명의 명단과 피살 상황, 강제 징병자 22만9781명의 명단도 공개됐다. 이들 자료는 과거 일본이 한국인들에게 저지른 침략과 가해()의 아픈 역사를 거듭 일깨워준다.

그렇지만 일본의 역사인식은 실망스럽다. 박근혜 대통령이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 표지석 설치가 중국에서 원만하게 진행되는 데 대해 18일 방한한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에게 사의()를 표명하자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어제 일본은 지금까지도 안중근은 범죄자라는 입장을 한국 정부에 밝혀 왔다고 망발을 했다. 시모무라 하쿠분 일본 문부과학상은 최근 박 대통령의 동북아 공동 역사 교과서 발간 제의를 환영한다고 밝혔지만 종군기자는 있었지만 종군위안부는 없었다는 발언을 한 사람이어서 진정성이 의심스럽다.

한일 양국은 1년 7개월 뒤면 국교 정상화 50년을 맞는다. 그런데도 정상회담조차 열기 어려울 정도의 냉각된 분위기가 1년 이상 계속되고 있다. 두 나라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공유하는 이웃으로서 외교 안보 경제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협력해야 할 부분이 많다. 근본적인 해결은 쉽지 않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해법을 모색할 시점이다. 일본이 먼저 과거사를 직시하는 용기를 보여줘야 한다.

한국도 일본의 역사 왜곡이나 독도 도발, 군 위안부 부정 같은 현안에는 단호히 대처하면서도 다른 사안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일본을 자극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일 한국대사를 지낸 공로명 전 외무부장관은 8월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일본은 역사에 눈감지 말고 한국은 유연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나라 지도자와 정부가 귀담아들어야 할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