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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제주기지 흔들기, 문후보의 정체성과 관련 있나

[사설] 제주기지 흔들기, 문후보의 정체성과 관련 있나

Posted November. 12, 2012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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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내년도 제주 해군기지 예산 2900억 원 전액 삭감을 들고 나와 9일 국회 국방위원회 처리를 무산시켰다.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는 8일 제주를 찾아 일단 제주기지 공사를 중단하고 민주적 절차에 따라 사업내용을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문 후보가 앞서고 민주당이 뒤 따르는 제주기지 흔들기다.

제주기지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6월 확정돼 2010년부터 공사가 시작됐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제주 해군기지는 국가안보를 위한 필수 요소라며 일부의 반대를 일축했다. 문 후보는 2007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노 전 대통령의 주요 결정을 보좌했다. 문 후보는 올 7월에도 제주기지는 국가 안보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밝혔지만 제주기지 반대세력의 영향을 받아 생각을 바꾼 모양이다. 제주기지 공사중단 발언을 하기 1주일 전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를 찾아 안보를 가장 잘할 수 있는 후보라고 자부한다던 말은 무슨 의미였는지 묻고 싶다.

2년 전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에서 보듯 북한은 주로 해상에서 공격을 감행한다. 북한의 도발을 효율적으로 막으려면 제주기지를 건설해 여러 곳으로 분산된 해군전력을 통합 배치해야 한다. 제주기지는 중국과 일본의 해군력 증강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시급하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8일 공산당 당대회에서 국제적 지위에 걸맞고 국가안보와 발전 이익에 부응하는 강한 군대를 건설하는 것이 전략적 임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영토 갈등에 강력하게 맞서겠다는 메시지다. 현재 이지스함 6척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은 2만t급 헬기 탑재 호위함을 준비하며 해군력 증강에 힘을 쏟고 있다.

문 후의 제주기지 중단 방침은 안보관에 의문을 갖게 한다. 제주기지는 독도와 이어도 해역을 수호하고 무역대국의 수출입 물량이 지나다지는 항로를 지키기 위한 최남단 해군기지다. 북한이 문 후보를 다음 대통령으로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추켜세우는 것이 유약한 안보 공약 때문이라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제주기지가 국가안보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결론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대통령이 되면 주민 말씀을 다시 한번 경청하고 사과드리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나 문 후보보다는 진전된 것이지만 반대세력의 욕도 먹지 않기 위함인 듯 어정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