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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왜 풀리지 않은 납치 미스터리

Posted July. 24, 2008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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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국경도시에서 납치됐던 한국인 5명이 9일 만인 23일 무사히 풀려났다.

이정관 외교통상부 재외동포영사국장은 이날 레이노사에서 납치됐던 한국인 5명이 23일 오전 9시(현지 시간 22일 오후 7시) 전원 무사히 석방돼 현지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납치된 5명은 이모(41), 박모(39), 방모(33여) 이모(30), 유모(33) 씨로 파악됐다.

일부 언론은 유 씨를 한국어에 능통한 중국 국적자라고 보도했으나 외교통상부는 이날 밤 한국 정부는 들어보지 못한 말이라며 공식 부인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납치범들은 수사망이 좁혀지자 피랍된 5명을 시내 중심부의 플라자호텔 앞에 내려놓고 도주했고 경찰에 전화로 걸어 한국인 피랍자 5명의 소재를 알렸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단순 납치극이 아니라 미국 내 밀입국 조직이 개입된 사건이라는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통상 납치범들은 납치 대상을 철저히 감시해 추적당하지 않도록 하고 협상 초기에 거액의 몸값을 요구하며 마지막 도주 때도 가급적 증거를 남기지 않는 것과는 이번 사건의 패턴이 다르기 때문이다.

허술한 납치극

14일 납치된 한국인 5명은 레이노사 주변 주택가에 억류돼 있었다.

납치범들은 박 씨 등 5명에게 외부로 통화를 하도록 비교적 자유롭게 놓아두었다.

박 씨는 한국 내 여동생 및 주 멕시코 한국대사관과 수차례 통화를 했지만 납치범들은 자신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한국어로 하는 대화를 허용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통화는 길어지면 납치범들이 제지했다고 설명했으나 한국어로 납치된 장소를 설명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의문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실제로 한국 정부가 이들 5명과 접촉한 것은 박 씨의 여동생이 남긴 박 씨 소유 휴대전화 번호로 주 멕시코대사관의 영사가 전화를 걸면서 가능했다. 일반적으로 납치범이 공중전화 등으로 먼저 전화했다가 일방적으로 끊어버리는 것과는 정반대였다.

한국 정부와 납치범 사이에 대리인으로 나선 한국계 멕시코 변호사 역시 22일 이후 납치범과 몇 차례 통화했다.

또 납치범들이 요구한 몸값 3만 달러(약 3000만 원)는 상식 이하라는 지적이 많다. 이는 1인당 600만 원꼴로 멕시코에서 빈발하는 통상의 납치극에서 거론되는 몸값의 10분의 1 수준이다.

이들이 피랍 한국인을 도시 한복판에서 풀어준 뒤 스스로 경찰에 전화를 걸어 석방 사실과 위치를 설명한 것도 상식과 거리가 있다.

사건의 실체(?)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멕시코 지방 수사당국은 이 사건을 실패한 미국 밀입국 시도가 부른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수사를 맡은 멕시코 타마울리파스 경찰당국은 이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인들이 밀입국을 시도했지만 납치범들이 수수료 대신 더 큰 액수인 몸값을 챙기기로 마음을 바꾼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 역시 이 사건은 단순 납치극으로 보기 힘든 요소가 많다며 특히 납치범이 한국인들과 서로 얼굴을 아는 사이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승련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