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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직한 자가 언젠간 승리 난 그걸 믿는다

우직한 자가 언젠간 승리 난 그걸 믿는다

Posted October. 31, 2007 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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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감독 생활 23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은 너무도 달콤했다. 하지만 승리의 기쁨은 하룻밤으로 끝냈다.

SK 김성근(65) 감독은 우승 다음 날인 30일 2군 훈련장인 인천 도원야구장을 찾았다. 1군 선수들에게는 휴식을 줬지만 김 감독은 묵묵히 내년 시즌 구상을 시작했다.

광적인 야구장이 김성근 감독. 그는 한결같다. 본인만의 방식으로 정상에 서며 한국 야구사에 한 획을 그었다. 인간 김성근의 솔직한 얘기를 소개한다.

SK에 와서 처음엔 후회했다.

김 감독은 부임 첫해인 올해 SK를 정규리그 1위와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팀에 대한 첫인상은 좋지 않았다. 김 감독은 SK 아이들 보고 처음에 한 생각이 내가 여기 왜 왔나였다면서 그냥 집에 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애들(선수들)이 너무 예절이 없고 (야구) 기본이 안돼 있었다는 것.

김 감독은 하루 연습하는 것을 보면서 올 시즌 어떻게 하나 걱정됐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이들에게 이기는 야구를 보여 주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다고 한다.

나는 아버지, 선수들은 자식이다.

김 감독은 엄한 아버지다. 그는 나는 아버지이고 선수들은 새끼라면서 내가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고 선수들이 따라온다. 길이 있는 대로만 가면 정상에 설 수 없다. 항상 험한 길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정작 친자식(1남 2녀)에게는 소홀했다.

김 감독은 자식들 입학식, 졸업식에 한번 가 본 적이 없다. 매우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랑할수록 그의 교육방식은 혹독했다. 그는 올 시즌 중에 요미우리 김기태 코치에게 (이)승엽이가 힘들어하더라도 안아 주지 마라. 혼자 극복하게 하라고 전화했다. 또 이번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인 김재현에 대해서는 선수 생명이 끝날 줄 알았는데 살아서 돌아오더라고 말했다.

자식에 대한 바람은 소박했다. 나중에 시간이 흘러 자식(선수)들에게서 그때 우리 아버지가 참 괜찮았구나라는 소리를 들었으면 좋겠다.

나는 항상 두렵다.

1969년 마산상고 감독이 된 이후로 야구 감독생활만 38년째. 하지만 그는 여전히 경기가 두렵다고 했다.

그가 두려워하는 것은 나태함이다. 겁이 나는 것은 감독도 긴장감이 끊길 때가 있다는 것이다. 경기 중 한순간이라도 놓칠까봐 무섭다.

그는 완벽을 향해 가는 야구 수도승이다. 경기를 마치면 숙소로 돌아와 잠들기 전에 침대 위에서 다음 날 출전선수 명단을 짠다. 새벽까지 답이 안나오면 일단 잠자리에 들지만 자다가도 불쑥 일어나 다시 볼펜을 끼적거린다.

그는 자신의 야구 철학을 2007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입증했다.

재주만 부린 사람이 이기는 게 아니고 묵직하고 솔직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이기는 세상이 됐으면 한다. 우직한 사람은 언젠가 승리한다. 난 그걸 믿는다.



황인찬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