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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총알받이 대역 2명 있다.

Posted October. 02, 2006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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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자신을 쏙 빼닮은 대역()들을 활용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연합뉴스 영문판은 지난달 29일 한국 정보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자신을 닮은 배역 2명을 활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정보당국자는 김 위원장이 나이와 키, 외모가 비슷한 사람들을 선발해 자신의 스타일대로 훈련시켜 공개장소에 내보낸다고 말했다.

그는 대역들은 성형수술까지 받으면서 외모를 김 위원장과 비슷하게 가꾸고, 행동거지도 (닮았다는 평가를 받도록) 계속 훈련하는 까닭에 수행하는 사람들도 가짜라는 생각을 갖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보당국자는 김 위원장은 주요 행사에는 직접 나서지만 군부대나 농장방문 같은 현지지도에는 대역을 자주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UPI통신, 영국 텔레그래프지 등 외신도 이 소식을 인용 보도하며 관심을 보였다.

정치인들이 대역을 쓰는 일은 자주 있는 일이다. 일본 전국시대에는 암살을 피하기 위한 이른바 가케무샤()가 빈번했고, 수년 전까지 미국이 노렸던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지도자와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등도 대역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과연 대역을 사용할까. 과거 본보가 만났던 몇몇 북한문화예술계 인사와 탈북자들도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증언을 남긴 바 있다.

문화예술분야 출신 A 씨

북한에는 김일성 주석의 젊은 시절 역을 맡은 영화배우가 3명 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역을 맡은 공식배우는 없다. 시도한 적은 있다. 1988년 남포갑문 건설과정을 담은 영화 큰 심장이 만들어졌다. 이 영화 원본에 처음으로 김 위원장 배역을 썼다. 아첨꾼인 영화부문 고위 간부들이 김 위원장도 모르게 배역을 뽑아 2년간 훈련 끝에 영화에 출연시킨 것이다. 마지막 현지지도를 하는 역이었다. 문제는 시연회에서 발생했다. 항상 그렇듯이 김 위원장이 첫 관객이었다. 영화를 보던 김 위원장이 배역을 쓴 장면이 나오자 저건 기록영화(다큐멘터리)에서 따온 것이냐고 물었다. 본인도 대역을 구별 못한 것이다. 평양 출신 B 씨

1991년 겨울, 평양에서 가장 좋은 목욕탕인 창광원 앞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곳은 새벽부터 줄을 서야 표를 구할 수 있다. 이날 줄 섰던 사람들은 어슬어슬한 어둠 속에 고급 승용차가 정문에 서고 김 위원장이 내리는 것을 보았다. 한순간 모두가 장군님 만세를 부르며 달려갔다. 차에서 내리던 김 위원장은 황급히 다시 차에 올라 사라졌다. 이날 평양에는 장군님이 아침에 창광원을 현지지도했다는 말이 돌았다. 그러나 다음 날 창광원에 왔던 사람은 사실 장군님 배역을 맡은 배우였다는 소문이 다시 꼬리를 물었다.

김 위원장을 지척에서 봤던 C 씨

2000년대 초반 우리 부대에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가 있었다. 나는 영접하는 기회를 맞았다. 행사 직전 한 간부가 우리를 모아 놓고 장군님께 말을 걸어도, 손을 내밀어도 안 된다고 주의를 줬다. 차렷 자세를 한 우리는 선글라스를 끼고 코앞을 지나는 김 위원장을 바라만 보았다. 예전에는 만세도 부르고 악수도 했다. 당시 나는 김 위원장의 말을 한마디도 듣지 못했는데 며칠 뒤 신문에는 2개면에 걸쳐 무슨 말씀을 했다고 소개됐다. 신문에 나오는 말씀은 지금도 달라진 게 없다. 나는 친한 동료들끼리 부대에 온 거, 가짜 장군님 아니냐며 수군대기도 했다. 북한에는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주성하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