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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큭큭 웃지만 우린 죽을 맛입니다

Posted September. 22, 20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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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산성 악화 수출할수록 쪽박

경남 김해시 진영읍에서 인쇄 기계를 제작하고 있는 D사는 시한부 삶을 사는 환자처럼 문 닫을 날만 기다리고 있다. 제품 생산은 6월에 중단했고, 현재는 기존에 판매한 제품의 애프터서비스만 하고 있다.

1981년에 문을 연 이 회사는 2003년까지만 해도 연 매출 80억 원에, 순이익 5억 원을 올릴 정도로 탄탄했다. 하지만 2004년부터 내수시장이 침체되면서 위기를 맞았다.

결국 회생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국내시장을 포기하고 일본 수출에 의존하며 연명했지만 올해 1월 말 엔화당 원화 환율이 850원 아래로 떨어지면서(원화 가치 상승) 결정타를 맞았다. 이익은커녕 수출한 만큼 적자폭이 늘어난 것이다. 40여 명에 이르렀던 직원은 모두 흩어져 지금은 사장과 직원 2명만 회사를 지키고 있다.

원-엔 환율 하락세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대일() 수출 의존도가 큰 중소 수출업체들이 무너지고 있다.

환율 하락이 국내 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수익성까지 악화시켜 수출기업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는 것이다.

매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60% 줄어

본보가 지난해까지 일본에 수출을 하다가 올해는 실적이 없는 회사 8곳을 한국무역협회에서 소개받아 취재한 결과 D사 이외에 제주도의 넙치 수출업체와 서울의 코일 제조회사도 문을 닫은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5개 업체 중 취재에 응한 4개 업체는 일본 수출이 어려워지면서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60% 줄었다고 밝혔다.

무협은 일본에 수출하는 수많은 중소 수출업체가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무협 무역연구소 신승관 연구위원은 수출 대상 국가가 다양하지 못한 중소기업들은 주로 내수시장과 일본시장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며 수년간 내수가 부진한 상황에서 일본 수출마저 끊기며 생사의 기로에 놓인 중소기업이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원-엔 환율

중소 대일 수출기업들이 특히 어려움을 겪는 것은 달러화 등 다른 통화에 비해 엔화에 대한 원화 강세가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달러당 원화 환율은 2005년 1월 3일 달러당 1035.6원에서 21일 현재 944.30원으로 8.8% 떨어졌지만 같은 기간 원-엔 환율은 100엔당 1009.01원에서 806.30원으로 20.1%나 하락했다. 수출 가격이 100엔이라면 손에 쥐는 돈이 1009원에서 806원으로 줄어드니 경영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현대경제연구원 표한형 연구위원은 일본에 비해 한국의 자본수지 흑자 규모가 과도하게 크기 때문에 원-엔 환율이 더 떨어진 것이라며 외환당국은 우선 원-엔 환율이 현재 수준에서 급격하게 추가로 하락하지 않도록 적정한 수준에서 시장에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황진영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