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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가) 옛 소련지역 화제의 외교관들

Posted April. 14, 2006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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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우리에게 낯선 옛 소련 지역에 최근 이색 경력을 가진 공관장 2명이 부임했다. 허승철(47) 주우크라이나 대사와 최재근(58) 상트페테르부르크 총영사다.

허 대사는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교수로 있다가 고위공직의 민간인 개방을 확대한다는 정부의 개혁안에 따라 발탁된 지역전문가다. 반면 커리어 외교관 출신의 최 총영사는 1998년 모스크바의 주러시아 대사관 총영사(영사 참사관)와 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를 거쳐 이달 신설된 상트페테르부르크 초대 총영사로 부임했다. 한국이 러시아에 설치한 3개 공관 모두에서 총영사를 지내는 기록을 세우게 된 셈이다.

민간 전문가=한국 우크라이나학회장을 지낸 허 대사의 영입도 이런 경우다. 미국 브라운대에서 슬라브어문학 박사학위를 받은 허 대사는 국내에서 유일한 우크라이나 전문가다.

지난달 부임하자마자 26일 우크라이나에서 총선이 있었다. 허 대사는 오렌지혁명의 향배를 가늠할 선거 결과를 정확히 예측해 전문가다운 실력을 보여줬다. 외교경험이 없는 어문학전공자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허 대사는 빅토르 유셴코 대통령 등 우크라이나 고위 관계자들과 면담하면서 유창한 우크라이나어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동안 다져온 인맥도 십분 활용하고 있다.

허 대사는 국내에서는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과 혼동할 정도로 우크라이나가 잘 알려져 있지 않다고 안타까워하면서 한반도의 3배 가까이 되는 국토와 5000만 인구, 첨단과학기술을 가진 이 나라와 한국의 관계는 지금보다 더 가까워야 한다고 말했다.

마침 한국과 우크라이나의 비자면제 협정이 상반기 중에 체결될 예정이어서 앞으로 우크라이나를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게 된다.

러시아와 각별한 인연=최 총영사는 지난달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대한제국의 초대 러시아 주재 공사로 일제의 국권침탈에 항의해 자결한 이범진(18521910) 공사의 추모비를 찾아 헌화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100여 년 만에 다시 한국 외교의 교두보가 설치된다는 사실을 알린 것.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고향인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최근 권력의 핵심도시로 떠올랐다. 한국 정부가 총영사관을 설치한 것도 이런 상황을 감안해서였다. 7월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도 모스크바가 아닌 이곳에서 열린다.

한편으로 외국인을 공격하는 신나치주의자(스킨헤드)들이 기승을 부리는 곳이 상트페테르부르크다. 최 총영사는 500여 교민과 우리 관광객의 보호가 최우선 임무라고 말했다.



김기현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