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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조원만 있으면 100대기업 넘어가

Posted March. 27, 2006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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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조 원만 있으면 한국 증시에 상장된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의 경영권을 모두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외국인이 100대 기업 주식에 이미 투자한 돈도 236조 원에 이르러 이들이 연계한다면 당장이라도 경영권을 넘볼 수 있다.

본보 취재팀이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의 지분을 조사한 결과 15일 현재 최대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의 시가는 180조373억 원이다.

이는 최대주주와 특수 관계인, 회사가 갖고 있는 자사주까지 합한 것으로 최대주주 지분을 최대한 높게 잡은 수치다.

180조 원은 미국에서 운용되는 그로스펀드 오브 아메리카(순자산 약 134조 원)와 뱅가드500인덱스(106조 원) 핌코 토털리턴(91조 원) 등 대형 펀드 가운데 2개만 나서도 마련할 수 있는 금액이다.

외국인이 최대주주보다 많은 지분을 확보한 뒤 투자 목적을 경영 참가라고 밝히면 경영권 분쟁이 시작된다. 지분 절반 이상을 확보하지 못한 최대주주는 자신을 도와주는 백기사를 구하지 못하면 경영권을 넘겨줘야 한다.

한국 경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100대 기업의 경영권이 외국 대형 펀드 몇 개의 공격에도 견디지 못할 정도로 취약한 상황인 셈이다.

이미 100대 기업 주식에 236조5742억 원을 투자하고 있는 외국인들이 힘을 합치면 상당수 기업이 당장이라도 적대적 인수합병(M&A)의 희생양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100대 기업 가운데 외국인 지분이 최대주주 지분보다 많은 기업은 48개나 된다.

이런 현상은 초우량기업일수록 심해 시가총액 상위 20개 기업 중 18개사의 외국인 지분이 최대주주보다 많다.

이에 따라 최근 KT&G의 경영권 분쟁을 시작으로 외국계 투기자본의 국내 기업 사냥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삼성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과거 SK 경영권을 위협했던 소버린은 M&A 전문 펀드가 아니지만 KT&G를 노린 칼 아이칸과 스틸파트너스는 M&A 전문 기업사냥꾼이라며 이런 기업사냥꾼들이 계속해서 다른 기업을 노릴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증권사 관계자는 KT&G 사태로 외국 기업사냥꾼들 사이에서 한국은 만만한 나라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며 한국 기업에 대한 2, 3차 공격이 곧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대 임현진(사회학과) 교수는 기업을 보호하자고 말하면 대기업을 옹호한다고 비판하는 사회 분위기가 문제라며 알짜 기업들이 넘어간 다음에 후회하기보다 보호장치를 마련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완배 손택균 roryrery@donga.com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