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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도 의 적

Posted August. 07, 2002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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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를 지원하는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의 적이자 악의 핵(kernel of evil)이다.

필요할 경우 사우디의 유전과 미국 내 자산을 몰수할 수 있다.

7월10일 미 국방부 국방정책위원회(DPB)에 보고된 내용이다.

DPB는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제임스 슐레진저 전 국방장관,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 등 전직 고위 관리와 전문가 29명으로 구성된 미 국방부 내 최고위 정책 자문그룹.

워싱턴포스트가 6일 이 같은 내용을 폭로하자 미 국방부가 발칵 뒤집혔다.

국방부는 이 신문의 초판을 보고 바로 국방부의 공식견해가 아니다는 성명서를 냈고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알 파이잘 사우디 왕자에게 전화를 걸어 경위를 해명했다. 그만큼 사우디와의 관계는 미국의 중동정책에서 민감한 사안.

그러나 이 신문은 랜드 연구소의 로렌트 무라빅 연구원이 보고한 이날 회의에서 자문위원들 중 키신저 전 장관만이 유일하게 이견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미국과 사우디는 반세기가 넘는 동맹관계. 사우디는 세계 최대의 석유 확인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고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소비국이다. 미국은 군사지원으로 사우디의 중동 내 패권을 보장해 주는 대신 사우디로부터 미 중동정책의 적극적 협력을 구해왔다.

그러나 911테러는 이 같은 관계를 균열시켰다. 무라빅 연구원은 브리핑에서 지난해 911테러의 용의자 19명 중 15명이 사우디인이라는 점을 지적, 금융 군사 학계 등 각계 각층에서 테러를 전면 지원하고 있는 사우디는 가장 위험한 적이라고 규정했다.

이는 소수이긴 하나 최근 부시 행정부 내에서 확산되고 있는 신보수주의적(neo-conservative) 사고와 맞닿아 있으며 딕 체니 부통령 참모진영이 특히 영향을 받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중동정책에서 신보수주의는 모든 길은 바그다드로 통한다로 축약된다. 미국이 이라크 를 침공, 사담 후세인 대통령을 온건 민주세력으로 대체할 경우 석유생산량을 늘려 사우디에 대한 석유의존도를 줄일 수 있고 사우디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내 신보수진영의 잡지들도 잇따라 사우디를 적으로 보는 기사를 게재했다. 시사주간지 위클리스탠더드(7월15일자)의 다가오는 사우디와의 최종 결판, 월간 코멘터리(8월)의 우리의 적, 사우디라는 제하의 기사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테러 지원은 물론 미국 내 외교정책까지 관여하는 사우디와는 더 이상 동맹관계를 유지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정안 cre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