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리포트] 프리미엄 소비 큰손 된 남성들 여유자금 생기자 프리미엄 남성복 구매 증가 남성 명품 주얼리-향수 매출도 전년比 40%↑
국내외 증시 호황과 반도체·정보기술(IT) 업계 대규모 성과급에 소비 여력이 커지면서 남성들이 프리미엄 소비를 늘리고 있다. 패션 및 명품 브랜드들은 남성 전용 제품과 초고가 제품을 앞세워 새로운 큰손으로 떠오른 남성 고객 잡기에 나서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챗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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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유 자금 생기자… ‘남(男)을 위한 소비’ 늘어
한섬에 따르면 코스피가 전 고점을 돌파했던 시기마다 남성 패션 매출 신장률이 국내 전체 신장률을 웃도는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 가상자산 투자 열풍이 불었던 2017∼2018년 한섬 남성 패션 매출 증가율은 각각 7%, 9%였는데, 이는 당시 한섬의 전체 국내 매출 증가율(연평균 3.5%)보다 높았다. 코스피가 3,000 선을 돌파했던 2020∼2021년에도 남성 패션 신장률은 각각 11%, 30%를 기록하며 전체 성장률을 웃돌았다. 지난해 9월 코스피가 전 고점을 돌파한 이후에도 남성 패션 신장률은 지난해 4분기 13%, 올해 1분기(1∼3월) 18%를 기록하며 국내 전체 신장률(5%, 6%)을 크게 웃돌았다.
유통업계에서는 고가 남성복 소비 증가는 일종의 ‘디드로 효과’로 보고 있다. 디드로 효과는 한 차례 고가품을 구입한 소비자가 다른 영역의 제품도 이에 어울리는 제품으로 상향 조정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고가의 차량, 명품 브랜드 가방, 시계 등을 구입한 뒤 옷까지 프리미엄 제품으로 바꾼다는 것.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주식 투자는 기본적으로 가처분 소득을 늘린다”며 “여유 자금이 생긴 남성들이 가족을 위한 소비재 외에도 ‘나를 위한 소비’를 할 여력이 생겨나며 프리미엄 남성복에 대한 수요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남성들의 명품 구매 증가세는 확연히 나타나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럭셔리 주얼리의 남성 매출 신장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45%와 50%를 기록했다. 남성 향수 매출 역시 올 1분기 40% 증가했다. 롯데백화점 본점과 잠실점의 럭셔리 맨즈 매출 역시 전년 대비 올해 1분기에 각각 30%씩 늘었다. 명품업계에서는 그동안 여성들이 주로 찾았던 ‘반클리프 아펠’ ‘티파니앤코’ ‘까르띠에’ ‘프레드’ 등 주얼리 브랜드의 남성 제품 판매율이 크게 늘어난 것도 남성 소비자 사이에서 나타난 ‘디드로 효과’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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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단 고급화, 스타일링 클래스 운영도
패션업계는 지갑이 두툼해진 남성 소비자 공략을 위해 최고급 소재와 차별화된 경험을 앞세우고 나섰다. LF의 대표 브랜드 닥스는 최근 프리미엄 원단을 사용한 초고가 슈트 라인 강화에 나섰다. 닥스가 이탈리아 하이엔드 원단을 적용해 선보인 최고급 슈트 라인 ‘OBS’의 매출이 지난해 4분기에 전년 대비 10% 늘어난 데 이어 올해 1분기는 40%, 2분기에는 280% 증가하는 등 매출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어서다.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비즈니스 캐주얼’ 상품군도 잇달아 출시되고 있다.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자율 복장이 정착됐는데, 상대적으로 고급스러운 소재로 격식을 드러내려는 패션이 남성 직장인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섬은 타임옴므와 시스템옴므의 2026년 봄여름(S·S) 시즌의 셋업 물량을 각각 32%, 25% 확대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남성복 브랜드 갤럭시도 캐주얼 재킷과 레이어드하기 좋은 퀼팅 아우터, 라이너 트렌치 코트 등을 선보였다. 클래식 정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누클라시코 슈트’의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하는 등 고급스러우면서도 편안한 복장을 찾는 남성이 늘었다는 판단에서다. 갤럭시는 패션 상품 판매를 넘어 트렁크 쇼와 스타일링 클래스 등 체험형 콘텐츠를 확대하며 프리미엄 남성 고객 공략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현대백화점이 VIP 고객을 초청해 패션 컨설팅을 제공하는 ‘스타일링 클래스.’ 한섬 제공
한섬에 따르면 스타일링 클래스는 1시간에 10만 원이라는 가격에도 매 강좌가 매진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2월 더한섬하우스 서울점에서 진행된 타임옴므 클래스는 접수 시작 3일 만에 마감됐다. 한 남성 고객의 경우 클래스에 참여한 직후 매장에서 의류를 약 2000만 원어치 구매하기도 했다. 서성원 한섬 마케팅담당 상무는 “브랜드 디자인실장 혹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등 브랜드 최고 수준의 전문가가 한 고객만을 위한 스타일링 컨설팅을 직접 진행하는 만큼 소비자 만족도가 높다”며 “체험이 브랜드 팬덤 강화로도 이어지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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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화점도 ‘남성 큰손 잡기’ 경쟁
서울 송파구 롯데백화점 잠실 에비뉴엘의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브리오니’에서 고객이 치수를 재고 있다. 롯데백화점 제공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10월 이탈리아 남성 패션 명품 브랜드 ‘시즈’ 국내 1호 매장을 선보였다. 신세계백화점도 지난해 고소득 남성 고객을 공략하기 위해 강남점 신관 7층 남성관에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를 대거 유치하며 차별화에 나선 바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프리미엄 소비를 한 번 경험하고 나면 그 시장에서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며 “반도체 벨트, 강남 판교 일대 남성을 위주로 ‘나를 위한 투자’가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