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출 1조달러 보인다] 반도체 뺀 19개 주력 수출품목 중 컴퓨터-車 등 8개 역대 최대 실적 상반기 수출도 1년새 48% 껑충 고환율 기조 장기화는 변수 꼽혀… 수출-내수 ‘K자형 양극화’ 우려도
1일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 수출용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안천=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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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한국의 월 수출액이 사상 처음 1000억 달러를 돌파한 것은 인공지능(AI)발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세가 계속되면서 반도체 가격이 급상승한 영향이 컸다. 컴퓨터, 자동차, 석유제품, 소비재 등의 수출액 역시 늘어났다.
이 때문에 이제까지 경험한 적이 없는 ‘수출액 연간 1조 달러’라는 목표를 올해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수출 증가세를 내수가 좀처럼 따라가지 못하면서 ‘K자형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은 한국 경제의 풀어야 할 해결 과제로 꼽힌다.
● 반도체가 끌고, IT-자동차가 밀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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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 증가로 컴퓨터 수출(54억1000만 달러)은 1년 전보다 308.8% 급증했다. 스마트폰 등 무선통신기기(15억5000만 달러)는 신제품 판매 호조로 51.9% 증가했다. 선박(28억3000만 달러)은 고부가가치 선박 수출 확대로 12.9%, 석유제품(55억9000만 달러)은 고유가 기조로 수출 단가가 오르면서 49.8% 늘었다. 철강 수출(21억4000만 달러) 역시 AI 데이터센터 건설 확대에 따른 수요 증가로 9.6% 늘며 지난해 4월 이후 1년 2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한국 수출은 상반기 누적 기준(4967억 달러)으로도 1년 전 동기 대비 48.4% 증가하며 역대 최대 기록을 새로 썼다. 누적 무역수지 흑자는 1383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09억 달러 늘어나 연간 기준 역대 최대였던 2017년(952억 달러)을 이미 웃돌았다.
● 연 1조 달러 기대↑… 변수는 고환율 장기화
수출 호조가 이어지면서 올해 연간 수출 실적이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 경우 세계 수출 4강 네덜란드의 자리를 넘볼 수 있게 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네덜란드 수출 실적은 약 9641억 달러였다. 강감찬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최소한 올해 하반기까지 계속될 것으로 본다”며 “통상 하반기 수출이 상반기보다 늘어난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올해 연간 수출 실적은 1조 달러를 넘길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되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과거 고환율은 수출에 호재로 평가됐지만, 최근에는 원화 약세가 원자재·에너지 수입 부담을 키워 기업 수익성을 악화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5.5원 오른 1554.9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간거래(오후 3시 반) 기준 2009년 3월 5일(1568.0원) 이후 17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주간거래에서 환율 종가가 1550원을 넘어선 건 올해 들어 처음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 1559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달 30일에 이어 2거래일 연속 장중 1550원을 넘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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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온기가 내수로 확산되지 않는 점은 문제다. 반도체 등 수출 기업은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는 반면에 건설과 내수 서비스업은 좀처럼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 특성상 일자리 창출 효과가 낮다 보니 고용이나 소득으로 이어지는 낙수 효과가 제한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반도체 취업유발계수는 생산 10억 원당 2.4명으로 전체 산업 평균(8.2명)에 크게 못 미친다. 반도체 분야 취업자 비중 역시 전체 취업자의 0.3%에 그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수출과 내수의 극심한 격차로 이른바 ‘K자형 양극화’가 심화되면 결국 한국의 잠재성장률 하락은 막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될 것”이라며 “수출 성과로 거두게 될 막대한 세수를 단기적인 현금성 지원에만 사용할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 지원, 청년 일자리 창출 등 중장기적인 과제에 집중 투입하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