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마다 워크플로우를 AX(AI Transformation)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자동화를 시도했다가 실패하고 돌아온 경험도 있다.
최호걸 팬그로스 이사 / 출처=IT동아
벤처스튜디오형 액셀러레이트 알파브라더스 산하 팬덤 마케팅 에이전시 팬그로스도 이 같은 고민에서 출발했다. 팬그로스는 2024년 11월 출범 이후 팬덤 마케팅으로 브랜드 커뮤니티를 구축해왔다. 최근 브랜드 홍보 지원자(인플루언서) 선발부터 캠페인 마무리까지 전체 워크플로우를 자체 플랫폼으로 AX했다. 최호걸 팬그로스 이사와 만나 AX를 어떻게 시작했고 무엇이 달라졌는지 그 과정을 들어봤다.
비즈니스 임팩트 큰 병목부터 AX 순차 적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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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걸 이사는 “지원자가 원래 하고 싶었던 것, 그 목표와 브랜드를 연결하는 것이 우리 업무의 핵심”이라며 “브랜드가 얻고 싶은 것만 앞세우는 순간 고객은 알아챈다. 진정성 있는 결과물을 위해서는 네트워크와 커뮤니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팬덤을 쌓는 데 시간과 커뮤니케이션이 많이 드는 구조인 만큼, 반복 업무를 AX로 걷어내는 것이 팬그로스에게는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팬그로스가 AX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건 올해 3월이다. 자동화 대상은 에이전시 핵심 업무 전체였다. 지원자 모집·선발, 캠페인 중 출석 체크, 결과 집계까지 반복되는 모든 워크플로우가 대상이었다.
범위만 보면 막막한 작업이다. 팬그로스가 찾은 출발점은 명확했다. 최호걸 이사는 “비즈니스 임팩트가 가장 큰 병목부터 시작했다. 한 번에 다 바꾸려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팬그로스 자체 플랫폼 워크플로우 다이어그램 / 출처=팬그로스
당시 가장 큰 병목은 지원자 선별(스크리닝) 업무였다. 캠페인마다 수백 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인스타그램 계정에 일일이 접속해 피드 주제, 최근 게시물, 팔로워 수를 확인 및 검토하고 정리하는 작업이 반복됐다. 업무 담당자는 지원자 300명 기준으로 한 업체당 최소 6시간이 걸렸다. 매월, 클라이언트 수만큼 반복해야 하는 업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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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자동화한 건 출석 체크였다. 캠페인 참여자 50명의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매일 캡처하고 아이디를 수작업으로 대조하는 작업이 2주 내내 이어졌다. AX 후 참여자들이 리그램한 스토리를 플랫폼에 올리고 분석 버튼 하나만 누르면 아이디 매칭이 자동 산출된다. 담당자는 매칭되지 않은 건만 수동으로 확인 후 추가적으로 제안하거나 기록만 한다.
지원자 선정 및 모집 단계 화면 UI / 출처=팬그로스
플랫폼 테스트 기간 동안 끊임없이 AI를 검증하며 안정화 작업에 심혈을 기울였다. 최호걸 이사는 “AI가 선발한 것과 사람이 선발한 것이 다를 때, 누가 더 맞는지 계속 검증했다. 처음엔 AI 기준을 보완하기도 했고, 때로는 AI가 더 나은 선택을 하기도 했다. 신뢰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기고 나서 본격 적용했다”고 밝혔다. AI를 들이는 것보다 AI를 검증하는 과정도 중요하게 여겼다는 의미다.
AX 순서의 기준은 일관됐다. 최호걸 이사는 “AX로 해결됐을 때 비즈니스 임팩트가 크고, 투입 비용이 적은 것부터 선택했다. 이 기준에 따라 가장 먼저 지원자 선별을 선택했고, 그 다음이 출석 체크였다”고 설명했다. 또 “에이전시는 이런 반복 작업에서 시간을 아껴야 고객과 더 많이 소통할 수 있다. 기계적인 업무를 줄이는 게 오히려 팬덤 품질을 높이는 길이었다”고 강조했다.
비즈니스 이해 못한 사람에게 AX 맡기면 안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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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걸 팬그로스 이사 / 출처=IT동아
전문 개발자에게 맡기지 않고, 팬그로스가 직접 개발을 택한 이유는 명확했다. 최호걸 이사는 “개발자가 만든 툴은 비즈니스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방향이 조금 어긋나면 나중에 돌아오는 데 더 많은 시간이 든다. 돈 들여 만들었는데 결국 사람이 다시 하게 되는 상황이 생기게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AI를 직접 다룰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팬그로스만의 방침이 아니다. 필요하다고 느끼면 직접 개발한다는 것이 알파브라더스 전체의 기본 취지다. 최호걸 이사는 “비즈니스를 이해하는 사람이 만들어야 수정도 빠르고 방향도 틀리지 않는다. 알파브라더스의 기본 취지에 따라 직접 개발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AX 후 팀이 하는 일도 바뀌었다
AX를 통해 반복 업무가 줄면서 팀원들이 하는 일의 성격이 달라졌다. 지원자 선별과 출석 체크에 쓰던 시간이 고객 커뮤니케이션과 기획으로 향했다. 예상치 못한 변화도 있었다. 사람마다 달랐던 업무 품질도 평준화됐다.
최호걸 이사는 “예전엔 같은 매뉴얼을 봐도 주니어마다 결과물 편차가 있었다. 지금은 AI를 통해 나오는 부분에서 중간 이하가 없다. 전체적인 퀄리티가 올라가고, 팀원은 그 여유 시간에 더 고민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AX 후 데일리 운영관리가 자동화된 만큼 구성원은 따로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 출처=팬그로스
다만 AX는 대부분 주니어급 업무에서 이뤄졌다. 시니어급 기획은 자동화 대상에서 후순위로 밀렸다. 캠페인 전략 수립이나 브랜드 방향 설계는 변수가 많고, 투입 대비 자동화 효과가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최호걸 이사는 “시니어급 업무는 변수가 너무 많고, AX했을 때 아직까지 만족스러운 수준의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다”면서 “주니어급 업무를 확실히 자동화하고, 그렇게 확보한 여유를 고객에게 쏟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충분한 데이터 확보와 수많은 조건이 충족되면 시니어급 업무 역시 AX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워크플로우 AX, 꼭 알아야 할 핵심
팬그로스가 AX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었던 건 플랫폼 덕분만이 아니었다. 미리 만들어둔 업무 매뉴얼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AI가 알아서 해주는 게 아니라, 이미 정리된 프로세스를 AI로 옮기는 작업이다. 팬그로스의 플랫폼도 완성형이 아니다. 핵심 병목을 먼저 해결하고, 다음 문제를 찾아 개선하는 과정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최호걸 이사는 “업무가 단계별로 촘촘하게 정리돼 있었기에 AI, 프로세스, 사람 담당이라는 구분이 명확하게 보였다”며 “업무 매뉴얼이 없는 상태에서 AI부터 들이면 무엇을 자동화할지 막힌다. AX 이전에 프로세스 정리가 먼저”라고 강조했다.
최호걸 팬그로스 이사 / 출처=IT동아
팬그로스의 업무는 전략 설계와 실행을 함께 가져간다고 최호걸 이사는 말한다. 실행하면서 전략을 수정하고, 고객과 밀착 커뮤니케이션하며 팬덤을 쌓아가는 구조인 셈이다. AX로 확보한 시간은 바로 이 과정에 쓰인다. 반복 업무에서 확보한 여유가 고객에게 향하고, 그 경험이 더 나은 팬덤 구축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다.
최호걸 이사에 따르면 팬그로스의 최종 목표는 단순하다. 팬그로스 없이도 모든 브랜드가 스스로 팬덤을 구축할 수 있는 상태. AX는 그 목표를 향한 수단이기도 하다.
한편 팬그로스는 브랜드가 팬덤 고객을 기반으로 탄탄한 매출과 성장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며, 커뮤니티 구축부터 운영 대행까지 제공한다. 2024년 기준 형성 커뮤니티 20개 이상, UGC(사용자 생성 콘텐츠) 생산량 2만 280건, 매출 증대 효과 220% 이상 등의 실적을 기록했다.
IT동아 박귀임 기자(luckyim@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