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만원 저금리 대출’ 문자에 속아… 신분증-통장 줬다 5214% 고리 늪에 “이자 없애줄게” 성착취물 찍게하고 “지인에 뿌리겠다” 협박-폭행 일삼아 경찰, 피의자 특정 못하고 수사 종료 불법사채 피해 상담자 60%가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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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착취물이 퍼질까 봐 겁나서 시키는 대로 다 했어요. 아나운서가 되는 게 꿈이었거든요.”
인천의 한 정신병원에서 만난 박민주(가명·28) 씨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말했다. 박 씨는 3년간 불법 사채 조직의 손아귀에 놀아나다 지난달 6일 자해하고 병원에 입원했다. 그곳에 갇힌 채 매일 누워서 흰 벽만 바라보고 있다고 했다. 그동안 그가 사채 조직에 뜯긴 돈은 총 1억5000만 원. 강제로 찍은 성 착취물은 80건에 이른다. 하지면 여전히 그의 휴대전화에는 사채 조직의 악랄한 추심 메시지가 오고 있다. “스스로 죽어야 할 시기가 올 겁니다. 전 추심으로 이미 두 명을 죽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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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은 “40만 원을 빌리고 7일 뒤 80만 원으로 갚으라”며 연이율 5214%의 고리를 요구했다. 상환이 20분만 늦어도 연체 이자를 뜯어냈다. 박 씨는 이자를 갚기 위해 그들이 소개한 사채 조직에서 또 돈을 빌렸다.
박 씨를 궁지로 몰아넣은 조직은 “‘영상’을 찍어 보내면 이자를 면제해 주고 추심을 멈추겠다”고 유인했다. 그러나 성 착취물이 그들의 손에 넘어가자 더 벗어날 수 없게 됐다. 조직은 “돈을 보내지 않으면 영상을 가족과 지인, 직장 동료에게 뿌리겠다”고 협박했다. 돈을 보냈음에도 영상은 퍼졌다. 박 씨는 직장을 잃고 파혼까지 당했다. 그는 완전히 고립됐다.
● 경찰, 피의자 특정 못 하고 ‘딥페이크’ 문자만
박 씨가 도움을 청하지 않은 건 아니다. 그가 인천 서부경찰서에 처음 찾아간 건 2024년 1월. 당시 경찰은 박 씨를 여성청소년과로 안내했다가 다시 형사과로 보냈다. 그사이 수사 골든타임은 흘러갔다. 박 씨의 어머니는 경찰이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딸이 불법 사채와 추심, 성 착취물 피해 증거를 모두 제출했음에도 경찰은 사건을 피싱으로 보고 “불법 사채는 따로 신고해야 한다”고 안내했다는 것. 경찰은 피의자를 특정하지 못한 채 석 달 후인 4월 사건을 미제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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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에 아직 수많은 ‘민주’가 있다
불법 사채 조직은 수사망을 피해 사회 초년생으로 범죄 표적을 넓히고 있다. 경기복지재단 불법사금융피해지원팀에 따르면 올해 1∼3월 불법 사채 피해 상담자 380명 중 228명(60.0%)이 20, 30대였다. 경제적으로 어렵고 금융에 무지한 청년에게 접근해 벗어날 수 없도록 덫을 설계하는 것. 20일 충북 음성군에서 5000만 원 상당의 보이스피싱 피해를 본 20대 아들과 그의 어머니가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불법 사채 근절을 위해 수사기관의 의지와 더불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사채 관련 사건을 주로 맡는 안민석 변호사는 “불법 사채를 쓸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사정을 해결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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