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 검은돈의 혈관, 대포통장] 정부, 오늘 관계부처 합동회의 개최… 각 기관 ‘정보 칸막이’ 없애 대책 점검 금융위, 의심거래 통장도 차단 검토 檢, 유령 회사 ‘해산명령’ 적극 활용… 與 이광희 의원 “후속입법 속도낼것”
뉴시스
법인정보 통합관리 시스템의 핵심은 유령 회사의 이상 징후를 포착해 신속히 공유하는 것이다. 짧은 기간에 회사를 여러 개 세우거나, 서로 다른 회사 서류에 같은 사람·주소가 반복 등장하는 경우를 인공지능(AI)으로 골라내 국세청, 경찰, 금융기관에 넘겨 대포통장의 ‘몸통’부터 막겠다는 것이다.
관련 기관으로부터 수사 이력 등을 넘겨받아 유령 회사를 설립 단계부터 차단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의심 요건에 해당하면 실제 사업 여부를 증명할 서류를 추가로 요구하는 방식도 논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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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대책 마련에 나선 건 대포통장을 찍어 내는 유령 회사가 비슷한 패턴을 보이기 때문이다.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이 1월 1일부터 지난달 14일까지 금융감독원에 오른 보이스피싱 통장 1만6854개를 분석한 결과 이를 가장 많이 발급한 상위 5개 회사의 서류에 모두 안준호(가명·31)의 이름이 등장했다. 이들 회사 임원은 도박 사이트 개설과 문서 위조 전과자 등으로 채워졌고, 주소만 빌려주는 비상주 사무실을 썼다. 한 사람이 여러 회사 서류에 반복 등장하는 패턴이 뚜렷한 만큼, 이런 흔적만 잘 추려도 의심 회사를 걸러낼 수 있다는 게 법원행정처의 판단이다.
국무조정실이 만들고 경찰청이 운영하는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은 26일 금융위원회, 국세청 등과 함께 ‘법인 명의 대포통장 대응 관계 부처 실무회의’를 연다. 각 기관이 그동안 따로 추진해 온 대책을 한자리에서 공유하고, 중복되거나 비어 있는 부분을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당국도 자체 대책을 준비 중이다. 지금은 보이스피싱 등 사기 피해에 대해서만 송금에 동원된 통장을 최대 72시간 임시로 막아 두는데, 범죄 종류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의심 거래가 확인되는 ‘모든 대포통장’에 이 조치를 그대로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금융위원회가 검토하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이상 거래를 탐지하는 AI 에이전트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금융위는 다음 달 2일 금감원 금융사기대응단장과 은행연합회, 저축은행중앙회 및 상호금융중앙회 담당을 불러 대포통장 근절 회의를 열기로 했다.
이미 있는 제도를 적극 쓰는 방안도 나왔다. 회사를 세운 목적 자체가 불법이면 검사 등이 청구해 법원이 회사를 강제로 없앨 수 있는 ‘해산명령’ 제도다. 법인격을 완전히 박탈하기 때문에 대포통장을 추가로 만들 수 없게 되는 등 효과가 크지만,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아 활용 사례가 적었다. 유령 회사 ‘대한퍼스트’도 국세청에선 폐업 처리됐지만 해산으로 이어지지는 않아 그 명의로 만든 대포통장은 보이스피싱과 투자 사기 등 총 189명의 피해자를 양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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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해산명령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유령 회사가 범죄에 쓰였다는 걸 확인한 시점은 이미 피해가 벌어진 이후다. 미리 들여다보고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기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금감원의 보이스피싱 통장을 분석한 결과 통장이 가장 많이 적발된 회사 10개 중 최소 7개가 아직 해산되거나 청산되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통장을 내주는 은행 쪽의 허점도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 서삼석 의원이 농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통장 개설 시 해당 회사가 실제로 영업하는지 등을 점검하는 ‘실사’를 조건부로 실시한다고 돼 있지만, 중앙회의 감시가 닿지 않는 지역 단위농협의 경우 이를 지키지 않는 경우가 빈번했다. 새마을금고도 마찬가지다. 대구 달서구 이곡새마을금고에서는 임직원이 대포통장 조직과 짜고 자체 감사망을 피해 유령 회사 명의의 대포통장을 무더기로 내준 사례도 있었다. 서 의원은 “특히 농어촌 지역의 고령화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농협과 수협은 실효성 있는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與 이광희 의원 “대포통장 근절 법안 발의”
새로운 권한을 만드는 일은 결국 입법으로 풀어야 한다. 지금은 회사 감독 기능이 국세청과 법원 등기소에 나뉘어 있어, 어느 한 곳도 유령 회사 전체를 책임지지 않는다. 회사를 누가 책임지고 들여다볼지가 명확하지 않다 보니, 문제가 생겨도 서로 책임을 미루기 쉬운 구조다. 이에 따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민주당 이광희 의원은 회사 감독 기능을 한곳으로 모으고 위험한 회사를 우선 단속하는 내용의 법안 초안을 국회 법제실에 검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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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