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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넘어 디지털 헬스케어로… 제약업계, AI 의료 시장서 경쟁

입력 | 2026-06-25 00:30:00

사후치료에서 예측의료 전환
10년 새 7배 된 디지털 헬스케어
제약사, 생체 데이터 활용 기술 선보여
데이터 축적과 활용이 핵심




빅5 병원 중 한 곳인 삼성서울병원 스마트병실. 대웅제약의 스마트 병상 모니터링 시스템 ‘씽크’가 적용된 병실에서는 입원 환자의 가슴에 부착된 손바닥만 한 웨어러블 센서가 심전도와 체온, 산소포화도 등 생체 신호를 24시간 기록한다. 인공지능(AI)은 축적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부정맥 등 이상 징후를 의료진보다 먼저 포착한다.

증상이 나타난 뒤 치료하는 ‘사후 치료’ 중심의 의료는 이렇듯 이제 AI로 생체 데이터를 연속적으로 수집·분석해 질병을 미리 찾아내고 예방하는 ‘예측 의료’ 시대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예측 의료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은 ‘연속 데이터’다. 기존의 검진 방식은 병원을 방문한 특정 시점의 혈압이나 혈당을 확인하는 ‘스냅숏’(순간 포착 사진) 방식에 가까웠다. 하지만 혈당과 혈압, 심박수 등 생체 신호는 하루에도 수차례 변하기 때문에 일회성 검사만으로는 몸 상태를 충분히 파악하기 어렵다. 반면 웨어러블 의료기기는 수일에서 수 주 동안 생체 데이터를 연속적으로 기록해 식후 혈당 급등이나 새벽 저혈당처럼 기존 검사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변화까지 포착한다. 의료진은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환자의 상태와 질환 진행 양상을 보다 정밀하게 파악해 맞춤형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고,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진단과 모니터링을 지원한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AI 등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2023년 약 2408억 달러(약 333조 원)에서 2033년 1조6351억 달러(약 2263조 원)로 10년 새 7배 가까이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이 확대되면서 제약사들도 신약 개발을 넘어 디지털 헬스케어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병원 안 입원 환자 모니터링부터 병원 밖 만성질환 관리, 질환 위험 예측, 디지털 치료제까지 적용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대웅제약의 연속혈당측정기(CGM)는 병실 밖 일상 속 만성질환 관리에 활용되고 있다. 최대 14일 동안 혈당 변화를 연속적으로 기록해 식후 혈당 급등이나 야간 저혈당 등 기존 일회성 검사로는 놓치기 쉬운 혈당 변동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의료진은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당 대사 이상을 조기에 발견하고 환자별 맞춤형 치료와 생활 관리 계획을 수립해 당뇨병의 진행과 합병증 발생 위험을 낮추는 데 활용하고 있다.

질환 위험을 예측하는 분야로도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AI 기반 망막 진단 솔루션을 도입해 망막 이미지를 분석하고 망막 이상과 녹내장, 매체 혼탁 등 안과 질환을 자동으로 검출해 의료진의 진단을 보조한다. 또 망막 촬영만으로 향후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까지 예측해 질환의 조기 발견과 예방을 돕는다.

한독은 웰트와 함께 불면증 디지털 치료기기 ‘슬립큐’를 선보였다. 슬립큐는 사용자의 수면 패턴을 분석해 개인별 맞춤형 인지행동치료(CBT-I)를 제공하고, 의료진이 처방 환자의 치료 경과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함에 따라 의료 AI의 경쟁력도 새로운 기준으로 재편되고 있다. 뛰어난 AI를 개발했느냐보다 얼마나 많은 생체 데이터를 안전하게 축적하고 이를 의료 현장에서 의미 있게 활용하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채연 기자 chae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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