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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초청 대신 복숭아 구웠다…극동대 ‘오감 만족’ 이색 축제 실험

입력 | 2026-06-24 15:19:00

‘감곡 K컬처 페스티벌’ 9월 12~14일
특산물 복숭아 주제 ‘오감 만족’ 변용
10개 과 학생-교수 다양한 행사 준비




19일 충북 음성군 극동대에서 뷰티학과 학생들이 제작한 향수를 사람들이 맡아 보고 있다. 이하 극동대 제공

지방대학이 그 지역 특산물을 모티브로 축제를 여는 일은 흔하지 않다. 어떤 가수나 래퍼를 초청하느냐가 대학 축제 성공 여부를 가르는 최근 분위기에서는 더욱 그렇다. 충북 음성군 감곡면에 있는 극동대학교(총장 류기일)가 음성 명산품 복숭아를 주제로 축제를 펼치겠다는 것은 어쩌면 실험이다. 9월 12~14일 치러지는 ‘감곡 K컬처 페스티벌-갓 구운 복숭아’다.

젊은 여성층에서 화사한 핑크빛 대신 그을린 복숭아 색조를 띠도록 하는 구운 복숭아 메이크업이 유행이고, 복숭아를 구우면 당도가 높아져 더 달게 먹을 수 있다고들 하지만, 복숭아를 굽는다는 것은 낯설다. 그러나 축제를 한창 준비 중인 극동대를 찾은 이달 19일, ‘굽다’의 뜻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게 됐다.

굽는다는 행위는 사물의 급격한 변화를 수반한다. 더욱이 불과 친화적이지 않은 무언가를 굽는 일은 원래 존재와는 아주 다른 것을 만들어 보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극동대 학생과 교수 들은 복숭아에 재능과 아이디어를 더해 창조적인 변화를 일으키며 열매 무성한 K컬처 나무에 또 하나의 가지를 접붙이고 있다.

가장 인상 깊게 감각을 자극한 것은 향이었다. 뷰티학과 외국인 유학생들이 복숭아 향을 응용해 손수 제작한 향수 냄새를 맡아 봤다. 우즈베키스탄 네팔 방글라데시 등에서 온 유학생 5명이 제각기 만든 향수에서는 보드라운 복숭아 내음에 그들 나라의 독특한 냄새가 조화롭게 섞여 있는 듯하다. 현장 투표 1등은 우즈베키스탄 학생에게 돌아갔다.

극동대 호텔외식조리학과에서 복숭아 청과 잼을 활용해 만든 소금빵과 파이.

호텔외식조리학과와 임상병리학과는 미각을 꼬셨다. 한 과는 고체로, 다른 과는 액체로. 복숭아로 만든 청(淸)이나 잼은 상상의 범주 안에 있다. 그래도 복숭아잼을 넣은 소금빵과 파이 맛은 상상을 넘어선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면 복숭아고추장이 나온다. 호텔외식조리학과가 내놓은 비빔국수에서 ‘그’ 맛을 봤다. 고추장보다 더 곱고 달콤한 맛이 침샘을 뒤흔든다.

극동대 임상병리학과 성지연 교수(앞줄 가운데)와 학생들이 과에서 빚은 복숭아 와인과 막걸리를 들어보이고 있다.

임상병리학과는 복숭아로 와인과 막걸리를 빚었다. 잠깐. 임상병리학과? 머릿속에 생긴 커다란 물음표는 곧 잦아들었다. 와인과 막걸리는 어떤 원료를 쓰든 발효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발효는 미생물의 작용이다. 임상병리학에서도 미생물을 다룬다. 와인 시제품은 2종류인데 한쪽에 호응이 더 크다. 와인보다 막걸리에 더 끌린다. 신토불이인가 싶기도 하다.

극동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학생이 올해 축제 마스코트인 ‘갓군’ 캐릭터를 소개하고 있다.

향과 맛에 취해 보고 나니 눈과 귀가 심심할 때가 됐다. 만화애니메이션학과에서는 복숭아를 캐릭터화해서 음성 지역 설화와 상상력을 곁들여 이야기를 만들었다. ‘갓 구운’을 갓 쓴 남성, 갓(신·神을 뜻하는 영어 god 발음) 같은 능력, 갓 생겨난 영웅을 모두 포괄하는 ‘갓군’ 캐릭터로 변신시켰다. 그의 동반자는 복숭아의 영어 피치(peach)를 응용한 ‘피치양’이다. 두 캐릭터는 9월 축제 마스코트이기도 하다. 20대 초반 학생들의 싱싱함이 여러 작품에서 두드러진다.

극동대 디자인과에서 제작한 축제 관련 상품들.

남은 것은 촉감이다. 축제 관련 상품(굿즈)은 눈을 즐겁게 하는 목적이 제일 크지만, 그것들을 손으로 만져 보고, 들고 다니는 느낌도 무시할 수 없다. 복숭아 캐릭터를 활용한 키링(열쇠고리), 텀블러, 머그잔, 스티커 등은 축제 기간 많은 이의 이목을 사로잡을 것이다. 이 밖에도 미디어영상학과 태권도학과 K-Pop학과 연극연기학과 한식표준조리학과 항공운항서비스학과 등이 다양한 이벤트와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9월은 복숭아가 가장 맛있을 때다. 그때 ‘극동대 복숭아’를 한껏 베어 물어 보자. 오감 가득 과즙이 넘쳐흐를지도 모른다. 


음성=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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