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시흥시 SK시화산업주유소 ‘복합 에너지플랫폼’ 조감도. SK에너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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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너지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휘발유·경유 가격을 일주일 단위로 미리 확정해 알리기로 했다. 정유사가 제품을 먼저 공급한 뒤 가격을 확정하던 사후정산 방식도 폐지한다. 지난 4월 정유사와 주유소업계가 체결한 상생협약에 따른 첫 후속 조치다.
SK에너지는 공급가격 사전 고지와 사후정산 폐지를 담은 새로운 가격정책을 도입한다고 22일 밝혔다. 관련 절차를 거쳐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가 종료된 이후 시행할 예정이다.
제품 먼저 받고 가격은 나중에… 사후정산 관행 손질
그동안 정유사와 주유소 간 거래에는 석유제품을 먼저 공급한 뒤 통상 10~30일 후 국제유가와 환율, 국내 시장가격 등을 반영해 최종 공급가격을 확정하는 사후정산 방식이 활용돼 왔다. 주유소는 제품을 공급받을 때 입금가격을 기준으로 대금을 지급하고, 정유사가 월 단위로 최종 가격을 확정하면 차액을 추가로 내거나 돌려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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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주유소는 판매할 기름의 실제 매입가격을 모르는 상태에서 소비자가격을 정해야 했다. 특히 유가가 급등하면 추후 공급가격이 얼마나 오를지 알 수 없어 예상 인상분을 판매가격에 선반영할 수밖에 없다는 게 주유소업계의 주장이었다. 이 때문에 사후정산제가 가격 결정 과정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주유소의 재고·수익 관리를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SK에너지는 앞으로 가격 결정 기준과 주유소별 거래조건을 표준화하고 이를 토대로 주 단위 공급가격을 사전에 확정한다. 주유소는 고지된 가격을 기준으로 판매가격과 재고 운영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된다. 정산도 사전에 알린 공급가격을 기준으로 일주일 단위로 진행한다.
다만 공급가격 사전 고지가 곧바로 소비자가격 인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국제유가와 환율이 오르면 사전에 고지되는 공급가격 역시 상승할 수 있다. 이번 개편의 직접적인 효과는 가격 자체를 낮추기보다 주유소가 매입가격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하고 가격 결정구조를 투명하게 만드는 데 있다.
이번 개편은 지난 4월9일 국회에서 체결된 ‘주유소·정유사 간 사회적 대화 상생협약’의 후속 조치다. 중동 전쟁에 따른 유가 급등 이후 주유소의 경영 부담과 석유제품 유통구조 문제가 불거지자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정유사와 주유소업계 간 협의를 중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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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정유업계는 사후정산제를 원칙적으로 폐지하고 일일 판매 기준가격을 사전에 확정·공시하기로 합의했다. 특정 정유사 상표를 사용하는 주유소가 해당 업체의 제품만 전량 구매하던 계약구조도 손질했다. 주유소가 계약 정유사에서 전체 물량의 60% 이상을 구매하고 나머지는 다른 업체에서 조달할 수 있는 혼합계약을 도입하기로 했다. 혼합구매를 이유로 공급가격이나 물량 등 거래조건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담겼다.
SK에너지가 공급가격 체계 개편을 먼저 발표하면서 나머지 정유사들의 구체적인 시행 시기와 방식에도 관심이 쏠린다. 다른 정유사들이 사전 고지와 혼합계약을 본격적으로 도입하면 주유소의 공급처 선택권이 넓어지고 정유사 간 가격 경쟁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SK에너지는 가격체계 개편과 별도로 23일부터 SK주유소의 차량용 경유 판매가격을 리터당 50원 낮추는 지원책을 시행한다. 직영주유소 73곳은 가격을 직접 인하하고, 자영주유소에는 같은 수준의 할인이 이뤄지도록 지원금을 지급한다. 지원은 석유 최고가격제 종료 시까지 최장 한 달간 운영한다.
아울러 현재 약 70%인 중동산 원유 도입 비중을 50%까지 낮추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수입 지역과 원유 종류를 다변화하고 관련 설비 투자를 확대해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공급 위험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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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