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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이 남긴 살림살이, 그것이 진짜 우리 유산”

입력 | 2026-06-22 04:30:00

‘한반도의 평화-워낭소리’展
내달 12일까지 경인미술관서



이영화 관장은 “민속품을 보고 있으면 삶이 곧 문화고, 문화가 남겨지면 예술이 된다는 걸 느낀다”며 “우리 민속 문화의 가치를 다시 볼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가난한 사람들이 남기고 간 옛 살림살이…, 그게 진짜 위대한 우리 유산 아닐까요.”

15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경인미술관에서 만난 이영화 광주 비움박물관장(78)은 50년 넘게 워낭, 뒤웅박, 누룩틀, 풀무 등 옛 서민들의 살림살이를 모으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그가 지금까지 수집한 근현대 민속품은 무려 3만여 점. 이 중 민속품 200여 점과 설치 예술 작품 50여 점을 볼 수 있는 전시회(‘한반도의 평화-워낭소리’)가 10일부터 다음 달 12일까지 경인미술관에서 열린다.

이 관장은 “옛날 농사짓던 서민들이 쓰던 생활용품들은 가난했지만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온몸을 바친, 부지런하고 정직한 삶의 흔적”이라며 “그런 물건들이 70년대 새마을운동 등을 통해 마구 버려지고, 방치되는 게 안타까웠다”라고 말했다. 속된 말로 전시품들은 ‘돈이 안 되는 것’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돈으로 가치를 매길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박에 구멍을 내 속을 파낸 뒤웅박은 추운 겨울을 이겨낸 서민들에게는 희망과 생명의 상징이에요. 그 안에 다음 해 봄에 심을 씨앗을 보관했거든요. 당장은 배고프고 힘들지만, 뒤웅박을 보며 참고 이겨낸 거죠.”

이 관장의 민속품은 해외에서 더 관심을 받고 있다. 옛날 어머니들이 옷을 만들다 남은 천으로 이어 붙인 조각보와 병풍, 버선, 자개함 등은 지난해 프랑스에서 예술품으로 재조명됐다. 광주 비움박물관에 왔던 유럽 예술가들이 한국 냄새가 물씬 풍기는 민속품을 보고 지난해 5∼6월 프랑스 블루아에서 열린 문화 교류 행사(‘한국의 빛: 광주 아리랑’)에 초청했다. 특히 조각보는 몬드리안의 회화를 보는 듯하다는 평가도 받았다고 한다.

이 관장은 “차고 넘치는 산업사회의 풍요만이 행복으로 이어지는 건 아닌 것 같다”며 “손때 묻은 민속품을 보며 반세기 전만 해도 서로 돕고, 나누고, 정을 보태던 조상들의 마음을 느꼈으면 한다”고 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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