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 검은돈의 혈관, 대포통장
〈1〉 범죄수익 실어나르는 ‘지하통로’
동결통장 1~5위 회사 모두 ‘안준호’ 이름 있어
임대료 월 1만원 비상주 사무실에 주소 올리고
‘위장 쇼윈도’ 가짜 쇼핑몰 만들어 수사망 피해
도박-위조 전과자 모아 ‘대포통장 공장’ 가동
30대 주축 조직 흔치 않아… 실제 ‘몸통’ 있을듯
〈1〉 범죄수익 실어나르는 ‘지하통로’
동결통장 1~5위 회사 모두 ‘안준호’ 이름 있어
임대료 월 1만원 비상주 사무실에 주소 올리고
‘위장 쇼윈도’ 가짜 쇼핑몰 만들어 수사망 피해
도박-위조 전과자 모아 ‘대포통장 공장’ 가동
30대 주축 조직 흔치 않아… 실제 ‘몸통’ 있을듯
금융감독원의 보이스피싱 통장 데이터에 올라간 안준호(가명) 일당의 8개 회사 등기부등본. 이들이 만든 회사 명의의 통장은 최소 60개로, 단일 조직으로는 가장 큰 규모로 추정된다.
금융감독원 홈페이지에는 보이스피싱에 쓰인 것으로 지목돼 소명 절차까지 거친 뒤 동결된 통장 목록(채권소멸 사실공고)이 매주 공개된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2만6866개가 등재됐다. 이조차 실제 범죄에 사용되는 전체 대포통장의 규모와 비교하면 빙산의 일각일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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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세 안준호(가명)였다.
● 월 1만 원에 차린 대포통장 공장
제1원칙: 회사 주소는 비상주 사무실로 해결한다. 사업자등록을 하려면 주소가 필요하다. 안준호 일당은 월 1만 원 안팎에 주소를 빌려주는 서비스를 이용했다. 지난달 7일 찾아간 전남 나주시의 한 비상주 사무실. 좁은 복도에 놓인 우편함 하나를 63개 업체가 공유하고 있었다. 안준호 일당의 회사는 그중 29번째 칸에 이름만 걸어두고 있었다. 사무실 관리자는 “계약은 주로 전화로 한다. 500개 업체를 관리해서 기억이 잘 안 난다”고 했다. 일부 비상주 사무실은 아예 “은행 실사가 나오면 알아서 대응해 준다”고 광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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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원칙: 은행 실사를 피할 ‘위장 쇼윈도’를 꾸민다. 서류만으로는 최근 들어 깐깐해진 은행의 눈을 속일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안준호 일당은 아예 가짜 가구 쇼핑몰을 인터넷에 띄웠다. 홈페이지에는 ‘모던 소파 89만 원’, ‘원목 다이닝 테이블 45만 원’ 등 그럴싸한 사진과 가격표가 붙었다. 회원 가입 버튼은 작동하지 않았다. 은행이나 수사당국의 눈을 피하기 위한 전시용이었다.
안준호 일당이 만든 온라인 쇼핑몰의 실제 모습. ‘모던 소파’를 89만 원에, ‘원목 다이닝 테이블’을 45만 원에 판다고 적었지만, 회원가입도 되지 않는 가짜 사이트다.
● 등기부등본에 올라온 전과자들
안준호의 등기상 주소인 광주 북구 두암동의 한 다세대주택 문을 두드렸다. 60대 여성 집주인이 당황한 표정으로 나왔다. “그런 사람을 왜 우리 집에 와서 찾아요. 남편하고 나하고 둘이 살아요. 월세방도 비어 있어요.”인터넷에서도 안준호는 지워져 있었다. 그가 쓰던 연락처로 카카오톡과 페이스북을 뒤졌지만 얼굴 사진이 한 장도 나오지 않았다. 흔적은 2018년 서울에서 중고 게임을, 2022년 제주에서 노트북을 판 기록 두 건이 전부였다. 별다른 범죄 전력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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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호 일당이 만든 회사의 통장은 도박 사이트에도 쓰였다. 판결문에 표시된 ‘주식회사 J’가 안준호 일당 명의의 회사 중 한 곳이다.
● “30대 초반 혼자 짠 판이 아니다”
경찰은 히어로콘텐츠팀의 데이터 분석 결과를 넘겨받아 안준호 일당을 ‘전문 대포통장 유통 조직’으로 규정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기존에 전국 각지에서 개별 보이스피싱 사건으로 흩어져 수사되던 사건들이 데이터를 통해 하나의 조직으로 묶였다. 결정적 단서는 통장을 개설한 장소였다. 광주 일대를 근거지로 한 일당이 연고도 없는 경남 진주시의 특정 신협 지점에서 집중적으로 회사 통장을 개설한 사실이 확인됐다.경찰은 안준호가 ‘바지사장’일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전과 없는 30대 초반을 주축으로 한 조직이 국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가동된 대포통장 공장을 굴리기는 쉽지 않았을 거란 판단이다. 정교한 흐름의 배후엔 자금을 대고 판을 짠 실질적인 몸통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금감원 데이터에서 안준호 일당의 이름이 마지막으로 포착된 건 지난달 중순이다. 대포통장 조직이 왜 하필 제2금융권을 노리는지, 그 이유는 2회에서 이어진다.
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아 2020년부터 히어로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히어로콘텐츠팀의 ‘히든: 검은돈의 혈관, 대포통장’은 각종 범죄의 핵심 도구인 대포통장 문제를 조명했습니다.
〈히어로콘텐츠팀〉
▽팀장: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취재: 임재혁 손준영 조승연 기자
▽사진: 박형기 기자
▽편집: 하승희 봉주연 기자
▽그래픽: 김충민 기자
▽인터랙티브 기획: 김재희 기자
▽인터랙티브 개발: 임희래 ND
▽인터랙티브 디자인 및 영상: 정시은 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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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조승연 기자 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