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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과 악수하며 산이 되어 가다[내가 만난 명문장/유성호]

입력 | 2026-06-21 22:50:00


“그대로 산이 된들 또 어떠리”

―조용필 노래 ‘킬리만자로의 표범’




유성호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지난해 가을 저녁에 펼쳐진 광복 80주년 기념공연 ‘조용필, 이 순간을 영원히’는 ‘왜 조용필인가?’를 보여준 첨예한 현장이었다. 그는 3시간 동안 서른 곡 가까이를 특유의 가창력으로 담아냄으로써 세대를 초월한 감동의 무대를 선사했다. 그 순간에도 조용필은 몇몇 히트곡에 퇴행적으로 안주하는 과거형이 아니라, 스스로를 항상 실험의 최전선으로 밀어 올리는 현재형임을 입증했다. 아직은 마지막이 아니라고 외치는 듯한, 항구적 젊음의 힘으로 나직이 속삭이는 듯한, 그만의 ‘위대한 탄생’이 펼쳐지고 있었다.

조용필 노래의 기원은 ‘고추잠자리’와 ‘못 찾겠다 꾀꼬리’에 있다고 생각해 왔다. 유년 시절에 대한 섬세한 기억으로 구성된 이 노래들은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가는 외롭고 높고 쓸쓸한 길이요,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아름다움을 탈환하는 꿈의 길이었다. 그 꿈의 최정점에 ‘킬리만자로의 표범’이 있다. 작사가 양인자가 쓴 이 노래는 특유의 비장미와 예술가적 도전 정신이 함께 어울려 있어 지금도 많은 이들이 좋아한다.

그 안에는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산정 높이 올라가 굶어서 얼어 죽는 표범이 되고자 하는 한 남자의 단호한 고독과 사랑의 운명이 출렁인다. 연기처럼 사라질지라도 불꽃처럼 타오르겠다는, 그리고 마침내 저 높은 킬리만자로에서 고독과 손을 잡고 그대로 산이 되어가겠다는 남자의 의지는 어쩌면 조용필 자신의 것일지도 모른다.

아직도 가장 아름다운 최선의 창법으로 노래에 진심인 이 일흔여섯의 아티스트는, 스스로 ‘킬리만자로의 표범’처럼, 산에서 만나는 고독과 악수하며 그대로 산이 되어가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저 높은 산정에서, 그가 부르는 고독과 사랑의 노래를 함께 듣고 부른다.



유성호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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